[아이뉴스24 배정화 기자] 한라산 수목 1만 5000여 그루의 정밀 좌표를 담은 표준 관측망이 완성됐다.

제주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5개 사면에 고도 100m 간격으로 총 40개 정밀조사구를 설치하고, ‘한라산 방위·고도별 수목 분포조사 보고서(증보판)’를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한라산 방위․고도별로 분포하는 수목 87종 1만 5756그루의 정밀 위치 좌표와 흉고직경(胸高直徑) 자료가 수록됐다.
이번 증보판에서는 조사구를 기존 32개에서 40개로 늘렸다. 이로써 한라산 고도 700~1400m 구간의 방위·고도별 연속 관측망이 완성됐다.
같은 위치, 같은 나무를 반복 관찰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를 개체 단위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국가와 학계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기 추적 참조사이트(reference site)가 확립된 것이다.
실제로 2020~2024년 재조사 결과 조사구별 고사목 증가 양상과 수종별 흉고직경 변화가 정량적으로 확인됐다. 한반도 최남단 기후 최전선인 한라산에서 장기 모니터링 체계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이번 보고서는 같은 조사구, 같은 나무를 장기 관찰하며 수종 교체와 고사 확산, 재생 양상을 정밀 추적할 토대를 마련했다. 고도와 방위별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구간과 수종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어, 앞으로 한라산 관리의 우선순위와 보전 전략을 세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는 앞으로 위성·드론·라이다(LiDAR) 데이터와 결합해 인공지능(AI) 학습용 표준자료로 활용된다. 한라산 전역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험 예측을 고도화하며, 산림자원량·탄소흡수량 등을 산출하는 데도 쓰일 전망이다.
고종석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증보판이 한라산형 프레이밍햄 연구의 출발선이 되길 기대한다”며 “세대를 잇는 종단 관측으로 미래 식생대 이동과 생물다양성 변화를 예측·검증하는 공공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는 1948년부터 3세대에 걸쳐 진행 중인 미국의 대표적 장기 추적 연구다. 심혈관 코호트 연구로,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시 성인 거주자 52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연구 이전에는 고혈압 또는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의 역학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으나, 이 종단 연구를 통해 심장 질환에 관한 현재 일반적인 지식의 대부분을 얻었다.
조사 결과는 전자책과 지리정보시스템(GIS) 원자료 형태로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자료공유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제주=배정화 기자(bjh988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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