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트랜센드 "SSD·낸드 공급 공백, 중단에 가까운 수준"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대만 메모리 업체 트랜센드가 2일(현지시간) 고객사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글로벌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낸드 플래시 공급난이 급속히 심화되며 4분기 제품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랜센드는 안내문에서 “최근 주요 낸드 플래시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샌디스크로부터 ‘향후 납품이 다시 지연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회사의 4분기 칩 할당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10월 이후 신규 칩 선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제 상황을 “중단에 가까운 공급 공백”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도 강조했다.

트랜센드는 “D램(DDR4·DDR5)과 낸드 플래시(SSD·메모리카드용) 모두에서 공급 부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지난주에만 비용이 50~100% 급등했다는 공급사 통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수개월 동안 공급과 가격 모두 정상화되기 어렵다”며 고객사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급난은 트랜센드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샌디스크(웨스턴디지털) 등 주요 낸드 업체들의 공급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성능 SSD·엔터프라이즈 낸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들 업체는 수익성이 높은 AI·데이터센터 고객을 최우선 공급 대상으로 재편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소비자용 SSD나 메모리카드, 산업용 낸드 공급은 후순위로 밀리며 글로벌 시장 전반의 공급 공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낸드 라인 배분을 조정하고 있고, 샌디스크 역시 웨스턴디지털과의 합작 구조 속에서 공급 능력이 빠르게 AI향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이번 공급난으로 인한 낸드 단가 상승은 노트북·스마트폰·가전제품 등 완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조사·유통사 단계의 비용 증가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공급망 압박의 근본적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UBS 글로벌 테크 콘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은 거품이 아니라 필수적인 인프라 전환기”라고 강조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PU 기반 워크로드가 한계에 도달하며 GPU 기반 가속컴퓨팅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본격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30년까지 3조~4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AI 인프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며, 오픈AI와의 10GW 직접 인프라 구축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I 서버 증설은 고성능 SSD·D램·낸드 수요를 동반해 메모리 시장 전반의 공급난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트랜센드는 “주요 공급업체 및 본사 경영진과 협력해 추가 공급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고객사의 이해를 요청했다. 회사는 SSD, SD카드, USB 플래시 등 낸드 기반 제품 전반에서 공급 지연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트랜센드는 대만 타이베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스토리지·메모리 제조 기업으로, SSD·D램 모듈·메모리카드 등 소비자용·산업용 스토리지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