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한국 토종 바이오텍 아리바이오가 주목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크고 환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아리바이오의 개발 신약이 글로벌 3상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어서다. 내후년 출시가 목표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1c78cda96e4cf0.jpg)
4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비만약 '위고비'의 성분 세마글루타이드 알츠하이머 임상 3상(EVOKE)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 임상은 156주간 환자 3800여 명을 대상으로, 초기에는 세마글루타이드를 0.25㎎으로 시작해 점차 14㎎까지 증량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상에서 세마글루타이드는 대조군 대비 CDR‑SB(임상치매평가 합산 점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질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일부 바이오마커(생물지표) 개선은 확인됐으나, 인지 기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연구는 중단됐다.
존슨앤드존슨(J&J)도 후보물질 '포스디네맙' 임상 2상(Auτonomy)을 중단했다. 104주 동안 조기 알츠하이머 환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iADRS(통합 알츠하이머 기능지표)를 기준으로 약효를 평가했지만, 위약군 대비 악효 지속과 인지 기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디네맙은 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타우(tau)'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항체 치료 물질이다. 한때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 이상의 연매출 기대를 받았지만, 이번 중단 결정으로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현재 미국에 상용화된 알츠하이머 약물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과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 등 단 2종에 불과하다. 이들 약물조차 알츠하이머를 완벽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하거나, 예방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 시장은 2022년 42억1000만 달러(약 6조원) 규모를 기록했고, 2033년에는 최대 308억 달러(약 45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환자 수도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500만 명(2023년)으로 추산된다. 한국 역시 초고령화 속도가 빠른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960년 3%에서 2020년 15%로 늘었고,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형 혁신을 통해 알츠하이머 신약을 개발 중이다. 특히 바이오텍 아리바이오가 두각을 보이는데, 현재 경구용 후보물질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미국, 유럽 7개국, 한국, 중국 등 13개국에서 15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AR1001은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해 뇌혈류를 개선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방식인 새로운 기전이다. 기존 알츠하이머 약물이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인 반면, AR1001은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문제됐던 뇌부종이나 출혈 위험(ARIA)을 낮출 수 있다. 임상 2상 결과, AR1001은 질환 악화 억제율이 41.8%, 인지 개선 효과를 보인 환자가 28.7%로 나타났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내년 상반기 중 종료하고, 톱라인 결과를 먼저 공개한 후 같은 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할 계획이다.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진제약, 중국에서는 뉴코 유나이티드(Neuco United), 남미·중동 등에서는 아르세라 라이프 사이언스(Arcera Life Sciences)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고 개발·상업화를 진행 중이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AR1001 3상 초기 참여자 중 추가 연장시험까지 모두 완료한 환자도 30여 명에 이른다"며 "주로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을 시작한 환자들인데, 다수가 중단 없는 약 복용을 희망한다는 요청을 한국 본사와 미국 지사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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