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올해 3월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임 총장 선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여기에 내년 2월이면 15명 이사 중 5명의 임기가 끝난다. 신임 총장 선임을 의해 새로운 이사를 뽑아야 하는 ‘이중 지연 상황’에 놓이게 된다.
KAIST 이사회는 지난 3월 김정호 KAIST 교수, 이광형 KAIST 현 총장,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 총장 등 3명을 차기 총장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이광형 현 총장의 임기는 지난 2월 말 끝났다.
올해가 끝나는 12월에 들어섰음에도 차기 총장을 뽑기 위한 이사회 개최는 열리지 않고 있다. 오는 12월 11일 KAIST 정기 이사회가 열린다. ‘신임 총장 선임’ 안건은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차기 총장 선임 건이 속절없이 연기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수협의회를 중심으로 빨리 신임 총장을 선임하라는 성명서가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총장 건이 약 9개월 미뤄지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윗선’의 낙점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부 중앙부처의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후에 진행하겠다는 것이 배경이다.
KAIST 총장 선임은 후보를 뽑고→3배수로 줄이고→인사 검증(3배수로 압축된 후보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통령실 등의 협의를 통한 인사 검증)하고→이사회 추천(인사 검증을 통과한 후보자 중 KAIST 이사회가 표결을 통해 최종 1인의 총장 후보 선정)을 통해→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이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얻은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최종 승인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절차가 ‘인사 검증’이다. 인사 검증에서 현 최고 권력자의 ‘낙점’이 작용한다. 3배수로 압축됐더라도 최고 권력자의 ‘낙점’이 없을 때는 심지어 재공모까지 간다.
인사 검증이라는 게 최고 권력자의 낙점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를 무작정 기다리다 보니 이사회가 선뜻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돼 버렸다.
현 권력이 자신과 소통 잘 할 수 있는 후보를 낙점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수와 직원 등 학교 주인공의 의견 반영 없이 임명되는 것도 문제다.
또 하나의 배경으로 이른바 ‘헌법존중 TF’가 거론됐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와 관련된 공무원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존중 TF’가 가동되면서 중앙부처 인사는 정체되고 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중앙부처는 아직 실장급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곳이 있을 정도이다. 당연히 국장급 인사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중앙부처 인사가 여러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다른 산하단체 인사도 자연스럽게 연기되는 상황에 처했다.
KAIST 차기 총장 선임 건이 내년으로 미뤄진다면 또 하나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KAIST 이사(15명) 중 5명의 임기가 내년 2월 끝난다. 신임 총장을 선임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부터 선임해야 하는 ‘이중 지연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
12월 11일 정기 이사회에 (신임 총장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더라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처리할 수는 있다. 현 총장 임기가 끝났다면 다음 총장을 빨리 선임하는 게 상식이다. 시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KAIST는 우리나라 과학 인재를 배출하는 최첨단 학교이다. 9개월 동안 차기 총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3배수로 압축한 상태에서 여러 외부 사정으로 연기되고 있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런 사이 ‘KAIST의 일그러진 시간’만 계속될 뿐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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