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알리·테무·쉬인이 들어오고 나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올해는 전년도보다 40%나 감소했습니다. C커머스의 배송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태풍급으로 휩쓸고 있어요."
초저가·초속도를 앞세운 C커머스의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토종 1세대 패션 플랫폼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에이블리·지그재그 등에 입점한 셀러들은 C커머스 유입 이후 매출 감소가 뚜렷해졌다고 호소한다.
실제 수치도 이러한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9일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9월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916만명을 기록하며 에이블리(938만명)를 바짝 추격했다. 10월에는 992만1314명까지 증가해 1000만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테무의 MAU도 793만1962명으로 409만명인 지그재그를 넘어선 지 오래다.
![C커머스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5bfbd68986d142.jpg)
쉬인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10월에는 283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퀸인(270만명)을 앞질렀다. 특히 쉬인의 사용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6% 성장했다.
에이블리를 제외한 지그재그·퀸잇 등 주요 패션 플랫폼들은 이미 C커머스에 추월당했다. 세 플랫폼의 사용자 수를 모두 합한 것보다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3사의 사용자가 더 많은 상황이 되면서 시장 판도가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C커머스의 파급력이 커진 것은 단순히 가격이라는 요소 때문 만은 아니다. 1세대 패션 플랫폼이 강점으로 내세워온 '빠른 배송'에서도 C커머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 과거 1~2주 이상 걸리던 해외 배송이 최근에는 2~3일 안팎으로 단축되며 배송·물류 경쟁력의 격차도 사실상 사라졌다.
여기에 C커머스가 품질 관리 역량까지 끌어올리며 국내 패션 플랫폼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쉬인은 자체제작(PB) 브랜드를 운영하며 제조 공정부터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알리익스프레스도 국내 기준에 맞춘 안전성 테스트 도입 등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위기는 상품 구성 측면에서도 진단된다. 국내 패션 플랫폼 셀러들이 사입해 판매하는 제품 상당수가 알리·테무에 유사·동일 제품으로 존재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패션플랫폼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한 셀러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선 동일 및 유사 제품을 거의 절반 가격에 무료배송으로 판매하더라"면서 "아무리 품질 기대 안하고 구매들 한다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이는 결과가 예상보다 치명적이다"라고 토로했다.
C커머스 계열의 한 마케터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지만, 품질 좋은 제품들이 들어오게 되고, 공급망까지 갖추면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치열한 브랜딩과 고품질-고마진의 상품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패션플랫폼 한 관계자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은 자연스럽게 부담없는 가격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브랜드가치나 디자인 철학에 집중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며 "결국 플랫폼마다 지향하는 고객층을 명확히 하고, 고품질·브랜딩 중심의 차별화 전략을 갖추느냐가 향후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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