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일부 주관사의 실사 충실 의무가 도마에 올랐다. 상장 직후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주관사의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를 통해 상장한 66개 기업(스팩·코넥스 제외) 중 22개(약 35%, 12월4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특히 상장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종목들이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일부에서는 주관사가 산정한 기업가치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관사별로 살펴보면 키움증권은 상장을 주선한 2건 모두 공모가를 하회하며 100% 하락률을 나타냈다. 삼성증권 역시 5건 가운데 3건이 공모가 아래에서 거래돼 60%에 달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은 13건 중 5건(38.4%), KB증권 11건 중 4건(36.40%), 한국투자증권은 8건 중 3건(37.5%)이 공모가를 하회했다. NH투자증권(40%), 대신증권(37.5%)도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주관사 실사 과정의 한계가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더핑크퐁컴퍼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주관한 이 회사는 공모가 3만8000원으로 상장했으나, 12월 4일 종가는 3만3950원으로 하락했다. EV/EBITDA 배수를 활용한 상대가치평가법이 적용됐지만, 비교기업 대부분이 실제 사업 구조와 수익 모델이 달라 공격적 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SAMG엔터만이 유사했으며, 나머지는 평균 배수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이 단독 주관한 세나테크놀로지도 논란 사례로 꼽힌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6800원이었지만, 상장 직후 종가는 5만3800원으로 공모가를 소폭 하회했다. 일본 모터사이클 헬멧 제조업체 쇼에이와 달리 가민과 모토로라 솔루션은 사업적 유사성이 낮아 PER(주가수익비율) 배수 산정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동 주관을 맡은 데이원컴퍼니(공모가 1만3000원 → 5500원)와 미래에셋증권 주관의 미트박스(1만9000원 → 8770원), KB증권 주관 심플랫폼(1만5000원 → 8010원), 아이지넷(7000원 → 1936원) 등 다수 종목이 공모가 대비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IPO 주관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주관사 책임성 강화를 추진했다. 개정안은 기업실사 항목과 방법, 검증 절차를 규정하고, 실사책임자가 최종 실사결과보고서를 승인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실사책임자 공시와 실사 검증 절차·실사 의견란 신설 등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 IPO 시장에서 나타난 공모가 하회 사례는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실사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거나 실질적 효과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공모가 산정의 설득력이 떨어지면 상장 직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며, 투자자 신뢰와 시장 안정성을 위해 제도 집행과 감독 강화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주관사가 실사를 형식적 절차로만 수행하면 투자자 피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핵심 사업과 비교기업 선정, 밸류 산정 과정에서 면밀한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민희 기자(minim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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