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최근 자녀에게 조립 컴퓨터를 선물한 직장인 현모씨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부품 가격에 깜짝 놀랐다. 과거 10만원대 초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었던 32GB DDR5 D램이 최근 40만~50만원을 호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씨는 "같은 사양의 부품들이 몇 달 사이에 배 이상 가격이 오를 정도로 체감이 컸다"며 "내년에는 컴퓨터 가격이 더 비싸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노트북, 스마트폰, 게임기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사진=챗GPT로 그린 그림]](https://image.inews24.com/v1/0f075a352c20ab.jpg)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하면서 PC·노트북·스마트폰·게임기 등 IT 기기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일부 완제품 업체들은 올해 10월 이후 D램과 낸드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과 사양 하향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은 10월 초애 전망했던 것보다 더 상향돼 18~23%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달 이후에는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집중되며 일부 계약에서 상승폭이 45~50%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계약가격 상승폭은 50%를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낸드 역시 흐름이 급변했다. 10월까지만 해도 완만한 상승이 예상됐으나, 11월 들어 공급이 타이트해지며 일부 낸드 웨이퍼 계약가격은 한 달 새 60% 이상 뛰었다.
메모리 기업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와 AI 서버용 낸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이같은 공급난이 내년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C 업계는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세계 최대 PC 기업 중 한 곳인 델은 오는 17일부터 기업용 PC 가격을 10~30% 인상한다. 메모리 탑재량이 높은 모델일수록 인상 폭이 크다.
레노버도 고객사에 가격 인상 계획을 통보했으며,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AI PC와 태블릿을 포함한 새해 제품 로드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PC는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해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연산을 수행하는 차세대 PC를 뜻한다.
가격 인상과 함께 사양 하향도 본격화되고 있다.
델·레노버 등 주요 PC 제조사들은 낸드 부족에 대비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용량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12GB SSD를 256GB로, 1TB를 512GB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재고가 내년 1분기까지 유지 가능하지만, 일부는 3월 이전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로 출하 전망도 꺾였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 급등과 원가 부담을 반영해 2026년 노트북 출하량 전망을 당초 전년 대비 1.7% 성장에서 2.4%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기기와 게임기에도 영향이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샤오미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태블릿 가격 인상을 유통채널에 공지했다. 플래그십급 샤오미패드 8·8 Pro는 각 100위안, 중저가 레드미 패드는 200위안 인상됐다.
일본에서는 닌텐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 따른 부품 비용 상승 우려로 주가가 하락해 이달 들어 시가총액이 약 2조2000억엔 감소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 2’에 탑재되는 12GB 램 모듈 가격은 이번 분기 41% 상승했고, 내장 낸드 가격도 약 8% 올랐다. 낸드 가격 상승은 SD카드 등 외장 저장장치 가격으로도 전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드라이 이어(dry year)'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라이 이어는 핵심 부품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가격은 오르고, 완제품 출하와 수요는 줄어드는 해를 뜻하는 업계 용어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쏠리면서 PC·노트북·스마트폰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완제품 업체들로선 가격 인상이나 사양 축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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