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에 이어 HL만도까지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완성차·부품업계 전반에 로봇 산업 확대 흐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로봇 핵심 부품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된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신형 아틀라스'가 작업하는 모습.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유튜브 채널]](https://image.inews24.com/v1/b3406bbd0bceb2.jpg)
17일 업계에 따르면 HL만도는 최근 진행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구동장치로, 휴머노이드 로봇 원가의 40~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등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면 액추에이터를 포함한 로봇 부품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HL만도는 휴머노이드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에서 2035년까지 매출액 2조3000억원,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8조8482억원)의 약 26%에 달하는 규모다.
HL만도는 완성차 부품과 4족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양산한 경험을 토대로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성능 검증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028년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부터 북미·한국 등 글로벌 거점에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로봇의 관절과 움직임을 구현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기술 장벽이 높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의 진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 기술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규정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을 축적해 온 만큼 정밀 제어 기술과 센서 융합 역량을 로봇 분야로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HL만도까지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 진입을 선언하면서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HL만도는 서스펜션·제동장치 등 정밀 제어 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관절 구동장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향후 산업용·서비스 로봇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완성차 업체들도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로봇 전용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단순한 제조 자동화 수준을 넘어 로봇 자체를 생산하는 '로봇 제조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셈이다. 이는 자동차 제조 기술과 로봇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기업들의 로봇 사업 진출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동화·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기존 자동차 기술과 로봇 기술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로봇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HL만도의 본격적인 로봇 액추에이터 경쟁은 국내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에서 축적한 정밀 제어·안전성·대량 생산 역량이 로봇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HL만도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를 공개하고, 로봇 신사업 비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CES에서 로봇 관련 신기술과 구체적인 양산 로드맵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그룹 로봇의 북미 양산이 2028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026년부터 제조·물류 공장을 활용한 실증사업(PoC)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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