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 단위의 '버추얼 빅테크(Virtual Big Tech)'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17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AI 반도체 강국 도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개최한 반도체특별위원회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한국은 AI 관련 다양한 기술과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서비스, 소프트웨어, 인프라, 반도체, 응용 산업이 분절돼 각개 약진하고 있다"며 "이 구조로는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 사장 겸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권서아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5381be4cddeda.jpg)
안 사장은 "미국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체적으로 AI 버티컬을 구축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고, 중국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 AI 반도체와 인프라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AI는 소프트웨어나 알고리즘이 바뀌면 하드웨어와 메모리 구조까지 함께 바뀌는 산업"이라며 "수요와 기술이 연결되지 않으면 개발 방향을 잡기 어렵고, 커스터마이즈드 반도체나 메모리 전략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한 발표 자료에서도 그는 한국 AI 산업의 'As-is'와 'To-be'를 대비해 설명했다. 현재는 AI 적용 산업, 서비스, 소프트웨어, 인프라, 하드웨어가 각각 분리돼 약점을 안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리드하고 관련 산업이 연합해 국가 단위의 버추얼 빅테크 생태계로 통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안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국가 단위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소버린 AI(Sovereign AI)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소버린 AI는 단순히 AI 모델을 국산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소프트웨어, 반도체, 인프라를 국가가 통제 가능한 구조로 갖추는 것"이라며 "국방, 에너지, 보건·의료, 통신, 금융 등은 절대 외부 AI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AI 버티컬 생태계를 기반으로 소버린 AI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보건의료·정보통신 등으로 확산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AI 비즈니스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단계적 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와 AI 인재 육성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 사장은 "이제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정부가 주도해 산업 전반을 연합·통합하고, 국가 단위의 '버추얼 빅테크'를 만들어야 한국이 AI 주도권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 이정배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국가 차원의 전략과 실행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국도 충분히 'AI 3강'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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