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 고객사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계약을 잇따라 해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조금 삭감에 따른 시장 둔화로 고객사의 상황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시장과 고객의 상황에 변화가 생긴만큼 LG로서는 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다만 이번에 해지된 계약들의 경우 7~10년 동안 이행될 장기 계약이어서 단기 매출과 재무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EV) 관련 계약이 해지되고 있지만, 에너지 저장 정치(ESS) 관련 수주는 이어가는 모습을 챗GPT로 그린 그림.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ba2b44093e3840.jpg)
포드·프뢰덴베르크 계열 계약 해지…13조원대 조정
LG에너지솔루션은 26일 독일 프뢰덴베르크 그룹(Freudenberg Group) 계열의 미국 법인인 프뢰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즈와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약 3조9217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에도 포드(Ford)와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6000억원이다.
두 건을 합한 전체 계약 해지 금액은 약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또 혼다 사례처럼 전기차 배터리 협업을 조정했지만 금액이 공시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해지에 따른 계약 규모는 적지 않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장 최근 공식 수주잔고는 2024년 말 기준 400조원대다. 이후 구체적인 총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근 계약 해지에도 불구하고 수주잔고는 400조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계약은 통상 7~10년에 걸친 장기 공급 계약으로, 공시된 해지 계약 금액이 단기간에 매출에서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며 “장기 공급 예정 물량 가운데 일부가 조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R&D·전용 설비 미투입 계약…재무 영향 제한
이번 계약 해지건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이 고객 전용 설비를 새로 구축하거나, 해당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연구개발(R&D)비를 투입한 것은 아니다.
기존 생산 라인에서 생산 가능한 표준화된 배터리 모듈을 공급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이 추가로 든 것도 아니고, 수년 뒤 예정된 특정 고객용 생산 물량이 빠지더라도 그 시설을 다른 수요처로 전환할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계약해지가 심각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 해지로 회사의 포트폴리오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확실해졌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유럽 전기차 시장을 더 강화하는 방안과 에너지전장장치(ESS) 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강화도 포함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ESS 수주 규모가 약 120GWh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 역시 300GWh를 웃도는 수주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 국면은 배터리 산업이 양적 팽창에서 내실 중심 성장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수주 조정은 이 같은 구조 전환 속에서 나타난 시험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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