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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힌 '사법농단' 판결…양승태 전 대법원장 '유죄'[종합]


서울고법,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
검찰 기소 47건 중 '재판개입 혐의 2건' 유죄
2심 "재판 독립,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
양 전 대법원장 측 "심각하게 부당한 판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역시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은 1심과 같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박 전 대법관이 전임자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총 47건이다. 크게는 △재판개입 △대법원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관리하기 위한 '사법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헌법재판소 견제 지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혐의 47건 중 45건에 대해 모두 무죄로 봤다. 구체적으로는 소위 '재판 거래'로 알려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행정부와의 거래 시도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 재판 개입'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재판 개입' △'국정원 대선개입 재판 개입' △'법관 사찰 및 블랙리스트' 의혹 △'법관 징계권 남용' 의혹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다. 그러나 '재판개입' 관련 일부와 '헌법재판소 견제 지시' 관련 일부 등 2건의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연합뉴스]

핵심쟁점은 '대법원장에게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

항소심 핵심 쟁점은 '재판 관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은 대법원장에게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적용된다. 여기에서의 '직권'은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으로 제한된다.

2심도 대법원장에게 법관의 재판에 관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에 대한 제3자의 관여행위와 같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할 권한'은 애당초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원심 판단대로라면 제3자의 재판개입에 대해 원칙적으로 어떠한 사안에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례도 이와 같은 취지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헌법과 법관윤리강령 등이 보장하는 재판의 공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공정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공정하게 보이는 외관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임시절이던 2013년 9월 5일 오후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 잠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9.5 [사진=연합뉴스]

"형식적, 외형적인 직무권한 행사 모습으로 개입"

그러면서 "사법행정권자가 형식적, 외형적으로 직무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법원에 계속 중인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그 재판의 결과와 절차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건 당사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이나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외관에 해당하고 이는 그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법행정권자의 재판관여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초래되고 그 재판이 신뢰받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는 경우, 그 사건에 관한 개별 법관의 정당한 재판권 행사는 현실적으로 방해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재판개입이 있었다고 본 사건은 두 건이다.

먼저 2015년 4월 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염기창)가 재판 당사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린 것을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법 부장판사)을 통해 '단순 위헌' 취지로 결정해달라고 요청 한 사건이다. 해당 재판부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상 재직 기간 산입에 대한 사건을 심리 중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판단은 법의 해석으로 인한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헌재 결정문에는 통상 "~라고 법을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적힌다. 법을 해석하는 기관, 즉 법률의 최종 해석권을 가지는 기관은 대법원이기 때문에 대법원으로서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대법원의 법률 해석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앞 휘날리는 법원 깃발 [사진=연합뉴스]

"실질적 재판 개입으로 법관의 재판상 독립 침해"

재판부는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권을 직권취소하고 단순위헌 취지의 위헌제청 결정을 해줄 것을 요청한 것은 형식적, 외형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춘 것이고, 그 실질은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이 전 위원이 염 부장판사에게 한정위헌 결정 번복을 요청하기 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한 사실, 박 전 대법관이 주재한 법원행정처 회의에서 이같은 요청이 결정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이 전 위원의 공모가 인정된다"고 봤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낸 '의원직 확인소송' 항소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유죄로 인정됐다. 2014년 헌재의 위헌정당 결정으로 해산당한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고법 부장판사)을 통해 각하 판결을 한 1심과는 달리 본안 판단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문건을 항소심 재판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은 이동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이후 대법관에 임명된다.

재판부는 "피고인 양승태, 피고인 박병대, 이민걸은 국회·행정부처 기타 대외관계 업무 등을 위해 법관 등 관계 공무원을 상대로 필요한 정보의 제공 및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민걸이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만나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문건을 전달한 행위는 형식적, 외형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고, 그 실질은 재판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쳐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하는 것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해당 1심 판결에 관한 문건과 향후 대책에 대한 문건을 보고 받은 피고인 양승태의 경우 이민걸의 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한 것이고, 피고인 박병대도 처장 주재 실장회의에서 항소심 재판장에게 해당 문건 및 법리를 전달한다는 점이 논의돼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며 세 사람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박병대 전 대법관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부정한 의도 아니었고 수사·재판 중 '유죄 전제'로 한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점 고려"

재판부는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면서 "비록 헌법재판소와의 관계에서 사법부의 위상을 제고하려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하여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되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법부 내에서 차지하고 있던 지위와 역할, 그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신뢰, 피고인들의 의지로 이 사건 범행을 충분히 저지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의 죄책은 더욱 무겁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개인적 이익을 위한 부정한 의도에서 범행에 이른 것은 아닌 점, 수십 건의 공소사실로 기소돼 장기간 재판을 받았으나 대부분 무죄로 판단되고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극히 일부인 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유죄를 전제로 하는 사회적 비난에 노철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후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6.1.3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청사 동문 앞에서 참여연대·민변 주최로 열린 에서 윤복남 민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1.30 [사진=연합뉴스]

양 전 대법원장 측 "사실관계 판단 없이 유죄 판결"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측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날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심각하게 부당한 판결"이라고 했다. 1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함 없이 유죄로 판결을 내렸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한 해석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상고심에서 바로잡힐 수밖에 없는 판결을 선고한 점이 매우 아쉽다. 대법원에서 당연히 무죄로 결론이 바뀔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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