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유동성 부족'이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단순히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차원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년 경력의 글로벌 외환(FX) 시장 전문가이자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청산소 MINT Exchange 회장인 하팔 산두(Harpal Sandhu)는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그는 지정학적 긴장, 관세 정책, 정부 셧다운 등으로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을 언급하며, 주식·채권·외환(FX) 시장은 빠르게 유동성을 회복했지만 암호화폐 시장만 회복 속도가 더딘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규제 정비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공포 탐욕 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암호화폐 데이터 제공 업체 Alternative]](https://image.inews24.com/v1/0160df198d0d1c.jpg)
그가 첫 번째로 지적한 원인은 '신용 부족'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용은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예치금 없이도 일정 범위 내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는 대부분 사전 예치 방식이다. 거래소에서 매수 주문을 넣으려면 스테이블코인 등 자금을 미리 입금해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켓메이커가 100억 원을 거래소에 예치했다면, 원칙적으로 100억 원 규모까지만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다. 변동성이 커지고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추가 자금을 넣지 않는 이상 더 큰 규모의 매수로 시장을 받쳐주기 어렵다.
반면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마켓메이커가 프라임 브로커로부터 '신용 한도(Credit Line)'를 부여받는다. 당장 현금이 부족하더라도 브로커가 제공한 한도 내에서 매수 호가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시장 참여자들은 급격한 변동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주식, 채권, 외환 시장은 신용 인프라와 거래 시스템이 정교하게 갖춰져 있어 매수·매도 호가 차이(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최근과 같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도 유동성이 빠르게 회복된 배경에는 이런 신용 기반 구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프라임 브로커리지(PB) 부족이다. 신용을 활용하려면 누군가가 신용 한도를 열어주고, 여러 시장의 포지션을 통합 관리하며,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전통 금융에서는 JP모건과 같은 대형 투자은행이 이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바젤 III'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이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 높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고,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규모로 신용을 공급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도 적지 않다. 규제 문제뿐 아니라 수익 구조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진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크립토 네이티브 프라임 브로커들이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자본 규모가 제한적이고, 전통 금융처럼 폭넓은 신용 네트워크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은 거래소별로 자금이 분리되고, 자본이 여러 곳에 묶여 있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유동성이 빠르게 얇아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다.
결국 프라임 브로커리지 확대와 신용 기반 거래 시스템 도입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다.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개인과 기관의 '순수 현금' 유입이 유동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암호화폐 시장구조 법안(CLARITY)을 비롯한 제도적 불확실성이 정리되어야 보다 안정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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