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몇 년째 이어지는 내수 시장 부진 속에 식품업계가 올해도 해외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시장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가격 인상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인기는 여전히 확산세를 보이면서, 업계 전반에서는 해외 시장이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돌파구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는 지난해 주요 식품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감소했고, 매출액도 17조7549억원으로 0.6% 줄었다.
식품사업부문 영업이익은 5255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매출은 1.5% 증가한 11억 5221억원이다. 소비 부진과 원가 상승 부담 등의 영향이다. 다만 해외식품 매출은 5조92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만두, 가공밥, 김치, 김, 누들 등 K-푸드 주력 품목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국내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했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는 실적 발표 다음날 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4년간 이어진 성장 정체 끝에 결국 지난해 순이익 적자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이는 일회성 악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와 조직에 대한 생존의 경고"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결단하고 승산이 있는 곳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K-푸드 해외 신영토 확장을 위한 글로벌 전략 제품(GSP)과 현금 창출력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매출 3조~4조원 이상 식품업체 중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한 곳은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SPC삼립, 하이트진로 등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농심 역시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4.2% 증가한 4조216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95억원으로 30.3% 감소했다. 특히 4분기에는 1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카카오와 유제품 등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일회성 비용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냈다.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고, 매출도 3조3324억원으로 7.3% 늘었다. 코코아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해외 법인의 실적 호조가 이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5239억원으로 전년 대비 52.1% 급증했고, 매출은 2조3518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회사는 올해 불닭(Buldak) 브랜드를 단순한 식품을 넘어 글로벌 젊은 세대의 감정과 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보이넥스트도어를 앞세워 전 세계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며, 불닭의 매운맛을 미각적 자극을 넘어 자신감과 태도를 상징하는 문화 코드로 확장하고 있다.
동원산업도 지난해 영업이익 5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고, 매출은 9조5837억원으로 7.2% 늘었다. 식품 부문 계열사인 동원F&B의 글로벌 수출 확대가 실적을 견인했다. 방탄소년단(BTS) 진을 모델로 한 동원참치의 미국 수출액은 약 30% 증가했으며, 가정간편식(HMR), 펫푸드, 음료 등 주요 품목도 고르게 성장해 전체 수출은 15% 이상 늘었다.
국내 시장이 위축된 것과 달리 해외 시장에서의 K-푸드 인기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잠정)은 136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단일 품목으로는 라면이 전년 대비 21.9% 증가해 처음으로 수출액 15억달러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경기 둔화로 올해도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공장 확대와 글로벌 전략 제품 출시, 현지 맞춤형 마케팅을 중심으로 업계의 해외 시장 공략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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