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성동구를 '강북의 대장주'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다주택자들에게는 결국 '강남 한 채'를 지키기 위한 '0순위 매도 대상'인 셈이죠. 세금 부담 증액이 피부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팔아달라는 문의가 많습니다."(서울 성동구 금호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
다주택자의 매도 전략이 성동구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일을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먼저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단지 소유주의 약 35%가 강남 3구 거주자인 만큼, 상승기 '강남 대체지'로 주목받았던 성동구가 조정기에는 가장 먼저 매물이 나오는 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저 매각 등 강력한 '거주 1주택 보유 원칙' 시그널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동구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새 60% 폭증했다. 서울 최고 상승률 이다. 사진은 성동구 금호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1b8cdfb1e54df6.jpg)
성동구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새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성동구 아파트 매물은 2000건에 육박한다. 지난달 초 1200건에서 약 60% 늘어난 물량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서울 평균 매물 증가율(27.3%)을 크게 웃돈다.
KB부동산 데이터에 따르면, 금호역 인근 '금호대우'는 2월 넷째주 기준 전월 대비 매물이 1.5배 늘었고, 옆단지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역시 두배 가까이 쌓였다.
"대통령도 팔았는데"…시장 심리적 지지선 '와르르'?
현장에서는 대통령발(發) 주택 매각 소식이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을 뒤흔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자택을 시세보다 저렴한 29억원에 매물로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이에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버티던 집주인들 사이에서도 "정책 결정권자가 직접 '가격 다이어트'로 매도에 나선 이상 더 늦기 전에 팔아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했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전용 164㎡)를 내놓은 후 매각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매도 소식을 전한 당일 곧바로 계약이 체결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공인중개사 A씨는 "다주택 고객들이 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 속에서 정부의 매각 압박까지 더해지자 '강남 1주택'이라는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처분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성동구 집을 우선 매도 리스트에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성동구의 매물 폭증은 '강남 거주 다주택자'들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주소지별 소유권 이전 등기 현황에 따르면, 성동구 주요 단지의 외지인(관할 구 외 거주자) 소유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거주자다.
상승기에 강남 자산가들이 투자 목적으로 성동구 아파트를 대거 사들였으나, 이젠 똘똘한 '강남 주거지'를 지키기 위해 '성동 투자처'를 먼저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아 급매로 내놓을 경우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강남 입성을 위한 '징검다리'였던 성동구가 역설적으로 하락기에는 가장 먼저 버려지는 '손절 1순위'가 된 셈이다.
대장주도 '억' 단위 하락…주도권 뺏긴 매도인
이러한 매도세는 실거래가 하향 사례를 늘리고 있다. 성동구 대장주인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는 지난 3월 최고가 27억6000만원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이보다 4억원 이상 낮은 23억원대 매물이 나와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성동구는 강남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수요층이 두터워 상승기엔 강남과 동조화된다"며 하락기엔 강남 대비 대출 비중이 높은 3040 세대의 유입이 많았던 만큼 대출 규제와 세제 압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행 지표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들이 '강남 1주택'을 위해 성동구 매물을 먼저 정리하는 구조적 매도세가 하락폭을 키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라는 데드라인이 다주택자들에게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강력한 매도 동기를 부여했다"며 "이때 쏟아진 급매물들이 실거래가로 찍히기 시작하면, 이는 인근 단지 매수자들에게 가격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로 인해 시장의 주도권은 매수자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매물이 더 풀릴 것 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이제는 매수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수 있어서다. 이미 KB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지수는 20.4를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매수우위지수는 0~200 범위 내에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 많음'을 의미하는 지표로, 현재 서울 시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수요 위축 상태임을 보여준다.
금호역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방문객 열 명 중 아홉 명은 추가 하락을 확신하며 관망하는 것 같다"며 "집주인이 호가에서 조금 깎아주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가 중장기적 추세로 굳어질지는 미지수다.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급매물이 소화되고 나면, 시장에 다시 매물이 마르는 '매물 잠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아서다.
정부가 무주택자의 갭투자 매수 등을 허용하며 거래 물꼬를 트려 하지만,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여전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매해 아파트 소유자에게 보유세 납부 의무가 부여되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급매물이 소화되고 난 뒤의 수급 변화가 향후 시장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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