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대전에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실. 최근 이 연구실을 찾았다.
조용한 이곳에 20큐빗 양자컴퓨터 4대와 50큐빗 1대가 설치돼 있다. 초전도 양자컴퓨터는 무엇일까. ‘중첩과 얽힘’ ‘초전도’ ‘퀀텀칩’ ‘극저온(-273도)’ 등 전문 용어만 무성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20큐빗 4대는 같은 공간에, 50큐빗은 따로 설치돼 있다. 덩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20큐빗 1대를 구축하는데 3평(9.9㎡) 정도 공간이 필요하다. 구축 비용은 재룟값만 약 15억원이다.
양자컴, 전문가 위한 ‘하나의 거대 실험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5d68069baedf1.jpg)
큐빗은 양자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기본 단위이다. 20큐빗은 ‘2의 20승=104만8576개’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0큐빗은 ‘2의 50승’을 처리할 수 있다.
일반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비교할 때 ‘미로찾기’를 떠올린다. 일반 컴퓨터는 미로를 찾기 위한 경우의 수를 하나씩, 하나씩 계산한다. 미로를 찾다가 막히면 다시 돌아와 계산한다.
양자컴퓨터는 이 미로를 한꺼번에 계산한다. 관찰자가 보는 순간 ‘미로’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수만 개의 길을 한꺼번에 가본 뒤 출구에 도달하는 최단 경로를 즉시 찾아낸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빛의 속도’로 계산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큐빗 양자컴, 3평 크기에 15억원 필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e358d21a4f217.jpg)
초전도양자컴퓨팅의 핵심은 극저온 냉각에 있다. 매우 미세한 에너지 변동도 양자상태에 영향을 준다. 큰 냉각기와 진공 상태를 만들어야 초전도양자컴퓨팅에 오류가 적다. 장치의 규모가 크다. 진공과 극저온 냉각을 했는데도 오류가 발생한다.
양자컴퓨팅을 두고 ‘오류 수정의 연속’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세한 에너지에도 오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할 때 양자컴퓨터는 기존과 어떻게 다를까. 지금까지는 컴퓨터로 설계한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으면 샘플을 만든다. 이어 동물실험을 한다. 다음 임상실험 1, 2, 3단계를 거친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컴퓨터 설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신약 개발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Nurion)’은 실측 성능 13.93페타플롭스를 가지고 있다. 1페타플롭스(PF)는 1초당 1000조번 연산하는 성능을 뜻한다.
현재의 70큐빗급 양자컴, 지금의 슈퍼컴과 맞먹어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는데 60~70큐빗 정도면 지금 나와 있는 국내 슈퍼컴퓨터 수준이 되지 않을까 본다”며 “문제는 슈퍼컴퓨터는 사용 경험치가 많은데 양자컴퓨터는 아직 보급도 미흡하고 활용 사례 발굴이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를 ‘망치’로 비유했다. 이 박사는 “일반 컴퓨터는 여러 곳의 구멍에 어떤 못이든 박을 수 있고 돌멩이도 깨는 등 ‘만능 망치’의 역할을 한다”며 “양자컴퓨터는 ‘모든 구멍’이 아니라 ‘특수한 구멍(이차전지, 신약, 금융 등)에만 못을 빠르게, 정확하게 박을 수 있는 ‘특수 망치’라고 보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즉 일반컴퓨터가 ‘범용성’을 가진다면 양자컴퓨터는 ‘특수한 목적의 특수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일반 컴퓨터가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성’이라면 양자컴은 전문 영역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양자컴퓨터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시스템은 절대 아니다. 양자컴퓨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란 선입견도 어느 정도 배척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이 박사는 “세상에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점차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다”며 “양자컴퓨터는 도구일뿐 이를 사용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과 경험치에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 사용자 능력 중요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fdc8901df3cc7.jpg)
예컨대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설계하던 사람이 기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던 작업 속도에 한계가 있다고 가정해 본다. 그가 양자컴퓨터 사용하는 알고리즘 등을 배워 양자컴퓨팅을 하면 더 쉽게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를 일반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을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박사는 “일반인이 굳이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도로 최적 경로 설계, 신약 개발, 어려운 수학 난제 해결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데 일반인들이 굳이 이를 이용할 욕구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악용’ 부분이다. 높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특정 시스템 암호를 푼다거나, 금융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IBM·구글 ‘3단 점프’, 우린 이젠 ‘점프’ 입문
양자컴퓨팅 기술에서 앞서 있는 IBM, 구글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 박사는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3단 점프 등의 고난도 기술을 통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며 “이제 막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한 애한테 삼단 점프를 시키면 안 된다”고 전했다.
즉 IBM과 구글 등이 양자컴퓨터 ‘3단 점프’에 도전한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그 시장에 뛰어든 초보자라는 거다. 이 박사는 “양자컴퓨팅에 앞선 나라, 기업 등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약 5년 정도 뒤처져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어떤 관계로 자리 잡을까. 이 박사는 대체가 아니라 ‘상호 보완’이라고 강조했다.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다는 거다. 백화점 고객 매출을 정리할 때는 노트북이 훨씬 빠르고 유용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편의점까지 콜라 한 병 사러 가는데 자동차 등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전거로 가는 게 훨씬 현명하다는 것에 비유했다.
양자컴-인공지능은 대체 아닌 ‘상호보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8a2c3a2e01cae.jpg)
이 박사는 ‘에너지’와 연결된 지점에서 양자컴퓨터와 AI의 엇갈림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양자 컴퓨터 기술이 올라가면 에너지 효율적, 즉 더 작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수많은 GPU와 데이터 센터 건립 등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양자 컴퓨터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양자 컴퓨터 만능 시대’를 떠올려서도 안 된다고 했다. 만병통치약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 박사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를 모두 다 대체하는 건 아니”라며 “스위스 만능 칼이 있다고 해서 모든 공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좋은 양자컴퓨터를 23개 정부출연연구소와 각 대학 등에 한 대씩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러 과학적 성과 창출에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
이 박사는 “돈 문제도 있고(20큐빗은 3평의 크기에 재료비가 15억) 각 기관이 필요한 계산과 능력을 발휘하는 데 아직은 오류와 규모의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류를 수정하고 큐빗의 수를 키우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20큐빗 양자컴퓨터는 교육 연구용이고 앞으로 100큐빗 정도가 됐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양자컴 교육 연구용 구축, 100큐빗 되면 상용화 빨라질 듯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739c69315c3ae.jpg)
현재 표준연을 중심으로 ‘교육 연구용’ 구축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 박사는 “연구소 학생들이 훈련용으로 연습하고 양자컴 프로그래밍에 대한 경험도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본격 양자컴퓨팅이 시작됐을 때 어려움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2031년쯤되면 국내에도 ‘300큐빗’ 양자컴퓨터가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박사는 “시간이 갈수록 비용은 줄고 기술은 발전하면서 300큐빗 정도로 구축되면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 독자 구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비용 문제는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예컨대 연세대가 2024년 IBM의 양자컴퓨터를 설치한 바 있다. 정확한 구축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업계에서는 수백 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 박사는 “당시 127큐빗 IBM 양자컴퓨터를 구축하는데 수백 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는데 300큐빗은 더 큰 비용이 들지 않겠느냐”며 “많은 비용을 들여 자신들이 하는 실험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닌지를 가늠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팅에 앞서가고 있는 IBM과 구글의 최종 지향점은 어디에 있을까. 이 박사는 ‘초기에는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신소재, 금융, 물류 등으로 점차 활용분야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박사는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IBM, 구글 등 IT 회사가 제일 큰 부자 기업에 속한다”며 “앞으로 이 회사들은 신약 설계와 특허권 확보로 나아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내다봤다.
양자컴 뛰어든 큰 목표, 신약개발 통한 특허권 획득
양자컴퓨터를 통해 신약 개발 등의 특허를 얻은 뒤 이를 제약회사에 판매하는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양자컴퓨터 개발 상황에서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이 아직 관망만 하고 있다는 거다. 이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21세기 산업에서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 신약 등’이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이 같은 무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자컴퓨터가 필수라는 거다. 대기업이 이런 인식을 하면서 양자컴퓨팅 세계로 빠르게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지금은 정부 과제로 표준연이 앞장서 양자컴퓨팅 관련 기술 개발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업의 참여가 뒤따른다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박사는 “정부 과제로 진행하고 있고 우리(표준연)의 역할은 양자컴퓨터를 잘 개발해 실용화, 기술이전 등을 해 나가는 임무”라며 “중간에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면 훨씬 더 효율적 개발 사이클이 만들어지면서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1세대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서는 우리가 뒤졌는데 양자컴퓨터 장치의 부피를 줄이고 경제성을 갖춘 2세대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우리가 선두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 등 관련 기업, 양자에 뛰어들어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4a71faa3fb414c.jpg)
대기업의 관망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이 박사는 전했다. 대기업은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해당 분야에 진입한다는 거다.
이 박사는 “독수리는 파리를 쫓지 않는다”며 “독수리 정도 되면 먹잇감으로 참새는 돼야 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자컴퓨팅 분야가 아직 독수리가 쫓을 만큼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머지않은 미래에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을 대비하여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국내의 제조업 경쟁력과 양자컴퓨터 기술을 결합해 양자컴퓨터의 산업적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표준연은 최근 양자컴퓨팅연구동을 만들었다. 양자칩 관련 클린룸을 구축하고 소자 제작을 위한 설비이다. 이 박사는 “정기적으로 이 연구동에서 양자칩을 만들 것”이라며 “칩을 설계 제작하고 냉각시켜 테스트해 좋은 양자칩을 선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양자칩은 만드는 것 이상으로 테스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박사는 “테스트를 그냥 후다닥 하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정밀하게 측정 제어를 하고 분석해야 한다”며 “표준연이 이 때문(측정과 제어, 분석 등)에 양자컴퓨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의 가장 기본과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뽑으라면 우선 칩을 잘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측정 제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측정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몇 십년 동안 정밀측정 기술에 집중하고 연구해 온 표준연이 양자컴퓨터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똑같은 칩을 적용했더라도 A 연구팀과 B 연구팀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성능이 다를 수 있다”며 “같은 축구공을 아마추어가 쓰느냐, 프로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양자컴퓨터 발전 전략 내놓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는 20큐빗 4대, 50큐빗 1대의 초전도 양자컴퓨터가 설치돼 있다. 20큐빗은 3평 크기에 구축 비용은 약 15억원에 달한다.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535a99ac4fce78.jpg)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컴퓨터를 ‘다음 인공지능(Next-AI) 시대’로 이름 붙였다. 2035년까지 세계 1위 양자칩(퀀텀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양자 기업 2000개 육성을 위한 ‘단계별 이행안(로드맵)’도 수립했다. 양자 전환(QX)의 지역 거점이 될 ‘양자 산학협력 지구(양자클러스터)’를 올해 7월까지 확정한다.
삼성·LG·SK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양자 기술 협의체’도 확대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양자 과학기술과 양자 산업 육성 종합계획’ 등을 내놓은 바 있다.
단순히 연구개발(R&D)에만 그치지 않고 2035년까지 세계 1위 양자 칩(퀀텀칩) 제조국 달성, 양자 인력 1만명 육성, 양자 기업 2000개 확보 등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 액션플랜을 내놓았다.
큰 덩치의 먹잇감을 쫓을 수 있는 ‘독수리’ 구축에 나선 셈이다. 자동차·제약·금융 등 분야에서 기존의 기술로 풀지 못한 산업 난제를 양자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AI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적 측면이 강하다. 정부도 ‘양자컴퓨터–고성능 컴퓨터-인공지능 융합 기반 시설(하이브리드 인프라)을 구축해 연구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양자컴퓨터 악용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전국 단위의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하고 국방·금융 등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되는 영역부터 실증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영재학교와 양자대학원을 활용해 매년 100명의 핵심인재를 배출한다. 2035년까지 양자 분야 인력 1만명 시대를 연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참여가 절실한 만큼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동기 부여에도 나선다.
이미 제조(삼성전자·LG전자)·통신(SKT·KT)·금융(국민·신한)·방산(한화·LIG) 등 분야별 국가 대표 기업들이 참여하는 ‘양자 기술 협의체’가 출범했다.
정부는 산학연이 결집한 자생적 양자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제1차 양자 산학협력 지구(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5대 분야(양자컴퓨팅, 통신, 감지기(센서), 소부장, 연산방식(알고리즘) 양자 산학 협력 지구(양자클러스터)를 지정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세계적 양자컴퓨터 기업인 아이온큐(IonQ)의 양자컴퓨터를 국내에 도입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슈퍼컴퓨터와 연동해 세계 최고 수준의 ‘융합(하이브리드) 연구 환경’을 구축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 기술은 인공지능 시대 이후의 국가경쟁력을 결정지을 파괴적 혁신 기술”이라며 “이번 종합계획과 산학 협력 지구(클러스터) 기본계획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적 양자 기술과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방식 양자컴 위한 ‘목적형 사업’도 염두
우리나라가 20큐빗 양자컴을 만들었다는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50큐빗, 이후 100큐빗까지 늘려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류 수정’이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큐빗’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오류 수정’에도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오류 검증과 수정을 통해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 게 양자컴의 가장 큰 숙제이다.
초전도양자컴과 달리 이온트랩 방식의 양자컴을 개발하는 것도 오류 수정과 무관치 않다. 초전도와 이온트랩 방식은 큐빗 규모를 키우는 것과 오류를 수정하는데 장단점이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100큐빗 정도를 하드웨어적으로 완성하고 오류 수정하면서 실제 상용화 양자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후발주자이기는 한데 강점도 있다. 반도체 역량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초전도 양자팹연구소를 통해 퀀텀칩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서플라인 체인에서 유리한 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한국나노기술원에 있는 양자팹을 확장한다. ‘목적형 기초연구’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실장은 “관련 연구자들을 만나보면 초전도, 이온트램, 광자, 중성원자 방식 등 여러 양자컴이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 등에 ‘목적형 기초연구’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양자 쪽의 다양한 기술을 바텀업 방식으로 정부 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자컴의 주변 기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술력에도 나서야 한다. 초전도양자컴퓨터의 경우 냉각기가 필수이다. 핀란드의 블루포스(Bluefors)는 양자컴퓨터용 극저온 희석 냉동기를 만드는 회사이다.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우리도 최근 국내 1호 극저온 냉각기를 만들었다. 과기정통부 소부장 과제로 이뤄진 성과물이다.
김성수 실장은 “앞으로 세 가지 부분이 정부와 산업계가 같이 손잡고 나가야 할 부분”이라며 “퀀텀칩과 시스템 제조, 다양한 방식의 기술에 따른 목적형 기초연구, 대기업의 유인책 등”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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