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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남북극 과학기지와 아라온호에 '의사'가 없다면


극지의료지원센터 설립해야, 극지 의료 공백 없어야

우리나라 남극과학기지에서의 의료 공백 사태 방지와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인적 이동의 가파른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 실질적 극한 환경에서 생존과 안전을 책임질 ‘극지의료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극지의료지원센터 설립과 운영은 기지 의료 공백 우려 해소와 극한의 고립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지 활동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는 필수 조치이다.

북극항로의 운항 안전성 확보, K-의료 기술의 글로벌 산업화, 국제 극지 거버넌스 내 외교적 위상 강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극지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국가 인프라가 될 것이다.

윤기범 대한극지의학회장 [사진=대한극지의학회]
윤기범 대한극지의학회장 [사진=대한극지의학회]

대한민국 정부가 남극에 인력을 정기 파견해 월동을 시작한 1988년부터 38년이 지난 지금 극지 활동에 참여하는 대한민국의 월동연구대와 하계연구대, 기지 운영 인력은 연간 250~350명에 이른다.

월동대를 포함해 남극을 방문하기 위해 사전 건강검진을 받는 인원수는 연간 420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 통계수치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더 증가할 것이다. 최근 북극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매일 언론에서는 북극지방의 해양영토, 안보, 자원개발에 대한 뉴스가 주요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향후에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과학적, 경제적, 산업적 이유 등으로 극지에 일정 기간 머무르는 인원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극지 활동자들의 생존에 필수 불가결인 의·식·주 관련 시설과 지원은 보다 정교해지고 전문화되고 있으며, 극지 활동을 하는 세계 각국의 지원 인프라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의 인프라 중에서 의료 관련 인프라는 이러한 글로벌한 인프라 기지 증가 추세에 부합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극지의료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극지는 극한의 고립된 환경으로서, 극지의 생존을 위한 적정한 인력과 배치되는 물품 자원 중 최우선에 해당하는 의료자원은 극지 활동자의 기본권과 생존권에 직결되는 최후의 안전 마지노선이다.

이 의료자원에는 진료, 의료인 선발과 교육, 연구가 지속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하며, 그 든든한 토대 위에 센터의 조직과 구조를 통한 지원을 디딤돌로 삼아야만 극지 활동자들이 지속가능한 연구와 활동의 미래를 약속받을 것이다.

2024년 1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남극세종과학기지 파견의사는 총 254건의 진료를 했고 같은 기간 남극장보고과학기지의 의사는 896건을 진료했다.

그 간의 통계 수치는 해당 기간 남극세종과학기지와 남극장보고과학기지의 각 기지의 18명의 월동대와 하계연구대가 매월 각각 25여 건, 90여 건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남극활동을 지원하는 데 조금이라도 의료 공백이 없어야 함을 시사한다. 현실적으로는 남극 파견 의료인력 선발과 확보에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현재의 의료 인력의 교육과 선발 후 월동파견 시기는 매년 파견 전년도 11월이며 약 1년간 계약으로 파견된다.

전문의가 파견되는 이 시기는 대한민국의 의료수련제도에서 매년 3월이나 5월에 거의 모든 의사의 수련과 졸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점과 어긋나 있다. 이러한 경력 단절로 인해 극지에 파견 전·후 연이어 취업이나 근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의사가 선뜻 월동을 지원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기적 경력 단절을 피해 매년 초에 지원자 추가 1명을 선발해 2~3월부터 약 2년 동안 근무하고 해양수산부의 임명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면, 더 많은 의사가 명예롭게 극지활동 의사 근무를 지원할 것이다.

2029년에는 차세대쇄빙연구선이 건조되어 아라온호, 남극세종과학기지, 남극장보고과학기지 등과 함께 최소한 4명의 의사가 필요한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단기적 공백이 생길 수 있는 의료인력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존 파견 의사 외에 앞서 제안한 2년 근로계약의 추가 1명의 의사를 매년 초 선발하면, 이 선발된 의사는 계약 기간 2년 중 1년은 남극세종과학기지나 남극장보고과학기지에서 근무한다.

나머지 국내 근무 기간에는 기지나 쇄빙선에 파견된 의료인의 만일에 발생하는 급작스러운 공백을 메울 수도 있고, 극지연구소나 해양수산부의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와 근무도 하는 예비의료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추가로 선발된(+1명) 2년 임기의 의사는 해수부 또는 산하기관 소속으로 연구자와 의료정책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으로 극지활동 기간 이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남극과학기지의 월동 의사들과 쇄빙연구선의 선의들의 파견과 근무를 한 곳에서 계획하고 총괄하는 센터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연구 관점으로 본다면 대한극지의학회는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의 월동의사 파견 이후 약 38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준공 후 12년간 월동대로 근무를 한 50여 명의 의사들이 주요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대학병원과 병·의원의 각 전문분과에서 근무 중으로, 극지의학 관련 연구인력 자원이 충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극지의학회 회원들은 이미 원격진료를 포함한 첨단의 적정 의료를 가장 최전선에서 수행했던, 소위 ‘의사 과학자들의 모임’으로 극지의 산학연 미해결 과제에 대한 광범위한 심층적·기술적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

센터 설립을 통해 이들의 관심과 의지를 끌어낼 수 있는 연구 프레임을 마련해 준다면, 극지연구소와 학제 간 협력 연구로 그간의 성과를 한 차원 높이는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당연기관 지정제로 의료기관 지도·감독 하의 진료행위가 아니면 의료법 위반이며 마약성진통제나 향정신성 약제를 처방하는 데도 법적인 제한이 있어 파견된 의사에게 모든 책임이 지워지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예외적인 경우는 △의료법상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행위는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국가적 재난 발생 시 시장·군수·구청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전시·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시에 한한다.

결국 극지에서의 의료는 다양한 법적인 해석이 존재할 수 있어 민·형사상의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이 예외 경우를 극지의료에 적용할 수 없으므로 극지의료를 지도·감독하는 극지의료지원센터는 이러한 의료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다양한 필요로 인해 이를 총괄할 센터 설립이 절실하다.

윤기범 대한극지의학회장(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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