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조합원을 단계별로 제재할 수 있는 정관을 도입하고 있다. 경고를 받은 조합원의 분양 신청 절차를 차별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관이 도입되더라도 조합원의 재산권 행사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경우 실질적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미도1차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12월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변경안에는 '조합원에 대한 단계별 징계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의나 중과실로 조합 또는 다른 조합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단계별 조치를 거쳐 분양 자격까지 달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된 정관 제10조에 따르면 관련 법령이나 조합 정관에 위배되는 행위 등 재건축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주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주의를 받은 뒤에도 재건축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반복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총회 의결을 통해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법 또는 정관상 의무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아 조합 또는 조합원에게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조합원은 총회 의결을 거쳐 제명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43조에는 경고를 받은 조합원에 대해 대의원회 의결로 분양 신청 방법과 절차를 정할 때 해당 조합원을 달리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조합은 당시 총회에서 정관 변경 필요성에 대해 "경미한 정도로 조합 또는 조합원에게 손해를 입힌 조합원에 대해 특별한 제재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업 절차 및 결정사항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 표출 등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기타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총회에서 의결된 정관 변경안에도 주의·경고·제명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제재 방안이 동일하게 담겼다. 이와 함께 경고를 받은 조합원에 대해 분양 신청 방법과 절차를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처럼 조합원 제재를 세분화한 정관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분양 절차를 차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두고 우려가 크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의 분양청구권은 토지 등 소유자로서 누리는 가장 핵심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기존 표준 정관에도 조합원 제명 규정은 있었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0조 제1항 제3호는 '조합원의 제명·탈퇴 및 교체' 사항을 정관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표준 정관 역시 조합원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조합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제명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반포미도1차와 신반포2차 조합 정관도 기존에는 이 같은 표준 정관을 따랐다.
그러나 실제 제명 시도는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3월 신반포2차조합이 상정하려던 상가 조합원 A씨에 대한 제명 안건도 법원이 '총회 안건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총회 안건으로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새 정관이 조합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는 있어도 실제 분양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이 같은 조합 정관이 조합원들에게 심리적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정관에서 문제 삼는 위배 행위 자체가 불명확할 수 있다"며 "조합원에게 가장 핵심적인 권리는 분양권인데, 정관이 이를 침해하거나 불합리하게 적용된다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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