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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한 층 두께 자석 만든 韓 연구, 세계 표준 지침서로 [지금은 과학]


논문발표와 인용 수에서 이젠 ‘세계 최초 연구’로 나아가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2010년 박제근 서울대 교수는 한가지 질문에 빠져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원자 한 층으로 된 자석은 가능한가?”

자석은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자석은 늘 과학 수업에 등장하는 장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된 자석은 지난 3000년 동안 인류 문명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전기 자동차에만 300개 이상의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 개척

‘2016년 우수과학자포상 시상식’에서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박제근 서울대 교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우수과학자포상 시상식’에서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박제근 서울대 교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자 한층으로 된 자석’은 2016년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제근 연구팀은 2016년 삼황화린철(FePS3)을 박리해 영하 118도 이하에서 자성 원자층을 추출해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구현했다.

지난 15년 이상 국내 연구팀이 개척해 온 물리학 연구 분야가 전 세계 학계를 이끌 표준 지침서로 완성됐다. 80년 한국 물리학사에 기념비적 성과로 기록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배경훈)는 박제근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van der Waals)’ 분야의 연구성과와 전망을 집대성한 논문이 물리학 국제학술지에 실리며 세계적 개척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자석은 부피를 가진 3차원 형태이다. 원자가 입체적으로 쌓여있어 자기적 성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원자 한층 두께에 불과한 2차원 평면 상태에서도 자석의 성질을 발현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는 물리학계의 오랜 난제였다.

1943년 노르웨이 물리학자 라르스 온사거(Lars Onsager)가 이론적으로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전 세계 누구도 이를 실제로 증명하지 못하였다. 7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박제근 교수 연구팀이 실험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16년 삼황화린철(FePS3)을 박리해 영하 118도 이하에서 자성 원자층을 추출해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을 구현했다. 온사거의 이론을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박제근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연구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이번 논문은 박제근 교수가 2010년부터 연구한 발자취를 총 88페이지 분량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단행본으로 출판하면 25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2차원 스핀 해밀토니안의 실험적 구현부터 자기 엑시톤, 플로케(Floquet) 조작 등 새로운 양자 현상까지 총망라했다.

미해결 과제와 유망 연구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앞으로 전 세계 관련 학계의 표준 지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번 성과는 학술적 가치를 넘어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반데르발스 자성체 내 스핀 기반 양자 현상 제어 기술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양자소자 기술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독보적 연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물질 국제협력센터(KOMQUEST)를 서울대에 유치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 논문이 게재된 RMP는 물리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 학자로 알려진 한국인 물리학자 고(故) 이휘소 교수가 학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도 RMP에 게이지 이론(Gauge Theory) 관련 논문을 주저자로 게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

RMP는 해당 분야를 수 십년 동안 이끈 극소수의 연구자들에게만 초청 집필 기회가 주어질 정도로 게재가 매우 어려운 학술지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인이 제1 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린 경우는 1929년 창간 이후 한자리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었다.

이번 박제근 교수의 게재는 박 교수가 개척한 ‘2차원 자성 반데르발스’ 분야 연구가 세계적 주류 학문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박 교수가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국제 공인을 받은 기념비적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박 교수는 “2010년부터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척한 연구가 이제 매년 10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이 경쟁하는 글로벌 핵심 분야로 성장했다”며 “이번 RMP 게재와 막스플랑크 양자물질 국제협력센터 유치를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양자물질, 차세대 스핀소자 분야의 세계적 허브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기초연구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당장 얻기 어려운 무한도전과 실패의 영역인데 연구의 과정과 결과는 상상하지 못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심화시켜 나가는 리더급 연구자들이 기초과학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전폭적 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과학에 던지는 질문, 이젠 바꿔야

‘2016년 우수과학자포상 시상식’에서 한국과학상을 수상한 박제근 서울대 교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제근 교수가 지난 21일 과기정통부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원자 한층 수준으로 자석을 얇게 만들었을 때 우리 산업은 어떤 변화가 있을까.

박 교수는 “자성 반데르발스 물질들을 사용해 세상에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물리현상을 발견,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들 물질을 사용해 산업계에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새로운 개념의 스핀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국내의 많은 연구자와 함께 2차원 양자물질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소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질문-호기심(Curiosity) △지적 용기(Courage) △도덕적 정직성(Integrity) △자신감-자존감(당당함)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학계에 던지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한국 과학이 진정한 과학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썼고 학술지에 실렸으며 인용됐는가’에서 ‘당신은 어떤 새로운 분야를 세계 최초로 개척했는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명 : 2D van der Waals magnets: from fundamental physics to applications)는 물리학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물리학회(APS) 발행 학술지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Reviews of Modern Physics, RMP)’에 4월 22일자 자정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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