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그간 정치권에서 부산 북구갑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오랫동안 '전재수'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도전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24년 총선에서 부산시장 출신 5선 서병수 전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민주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부산에서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만큼 북구갑은 국민의힘의 험지이면서도 동시에 전 후보 개인 경쟁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보수 진영 안에서도 "전재수가 있는 한 부산 석권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시민들이 정기 장날을 맞아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187694b611c1c.jpg)
그랬던 부산 북구갑이 이번 6·3 재보궐선거에서는 전국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전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지역구가 무주공산이 되자 여야 모두 탈환과 수성에 사활을 걸고 거물급 후보를 투입하면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하GPT' 북구 출신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을 전략 공천 했고, 국민의힘은 이 지역에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내세웠다. 여기에 국민의힘 당권파와 갈등 끝에 제명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까지 무소속으로 가세하면서 선거 판은 '장관급 3파전'으로 커졌다.
하지만 <아이뉴스24>가 지난 18일 부산 북구갑 일대를 돌며 만난 민심은 '거물급 후보들의 경쟁'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피로감과 냉소가 더 짙게 감지됐다. 구포역 앞에서 만난 70대 남성 김모 씨는 "예전에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선거운동도 열심히 했지만 이제는 정치 자체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전과 없고 병역 제대로 마친 깨끗한 정치인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범한 시민 삶을 맡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은 투표 안 할 생각"이라며 "그래도 하게 된다면 정말 깨끗한 사람을 찍고 싶다"고 했다.
구포시장으로 향하던 길에서 만난 또 다른 70대 남성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국민의힘에게 표를 던져왔다던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내려다 한숨만 내쉰 채 "정치인들이 꼴 보기 싫다"고 했다. 그는 "찍을 사람 없어 선거 안할 것"이라는 말로 기자에게 빨리 가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시민들이 정기 장날을 맞아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fee3c9330f10a.jpg)
"지역에 진심 다 하는 사람 없어…韓 대통령 되면 혹시"
하지만 마침 장날로 인파가 다수 몰린 구포시장 안에서는 시민들이 지역 발전 기대감을 드러내며 조심스레 지지 후보를 밝혔다.
재첩국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남성 김모 씨는 "솔직히 세 후보 모두 북구 발전에 얼마나 진심인지는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한동훈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 박민식 후보와 초등학교 동문이라는
그는 "박 후보가 검사 하다가 돌아와 재선까지 했지만 지역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서 민심이 전재수 쪽으로 넘어갔다"며 "그런 전재수도 결국 시장 나간다고 떠났는데 민주당을 또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도 결국 큰 정치하려고 온 건 맞다"면서도 "국민의힘에서 쫓겨난 뒤에도 다시 해보겠다고 내려온 만큼, 나중에 더 큰 정치인이 되면 북구 목소리도 더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는 한 후보가 윤석열을 배신해 보수를 망쳤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반대로 계엄 이후 권영세·권성동·장동혁 등 당권파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포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성 최모 씨도 "한 후보가 나중에 청와대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안에 에어컨 하나 제대로 안 되는데 이런 건 힘 있는 정치인이 와야 해결된다"며 "이름값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북구도 더 알려질 수 있다"고 했다.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시민들이 정기 장날을 맞아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a1bdde2d85911.jpg)
"일 잘했던 전재수…하정우와 시너지 기대"
지역에서 3선을 지낸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영향력 역시 여전히 강했다. 하정우 후보를 지지한다는 시민 상당수는 '전재수가 잘했기 때문에 하정우도 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구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60대 남성 정모 씨는 "부산에서 민주당 의원이 하나도 없는데 전재수가 일을 잘했다"며 "하정우도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있어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재수가 부산시장이 되고 하정우가 국회의원이 되면 서로 호흡 맞춰 북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도 하 후보의 강점이 되는 듯 했다. 덕천동에서 구포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남성은 "한동훈과 박민식이 단일화하지 못하면 결국 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권 교체 이후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부산 거리에 공실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이 대통령이 정책 회의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는데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에서 시민들이 정기 장날을 맞아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유범열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764e33f8c122b.jpg)
"보수는 2번"…"단일화 돼야 하는데" 걱정도
박민식 후보를 지지하는 이는 '보수 단일화'를 승리의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북구에서 택시를 모는 70대 박모(남)씨는 "저는 보수"라며 "나이 든 사람들이야 모두 한꺼번에 (2번) 지지를 한다고 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내비쳤다.
그는 그러나 "보수 표가 갈리면 결국 민주당만 유리해진다"며 "어느 쪽으로든 단일화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는 뚜껑을 열면 사표가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한동훈이 제명된 상황이라 두 후보가 쉽게 합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하정우 후보에 대해선 "인지도가 아직 약하다"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공소취소 특검 같은 문제도 더 힘을 받을 텐데 그건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포역 앞에서 만난 80대 여성은 "나는 그냥 찍던 사람(2번) 찍는다"며 "누가 되든 지금처럼 나라만 잘 굴러가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전 투표(오는 29일)를 열흘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바닥 민심을 끌어오기 위해 주민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는 모습이다. 하정우 후보와 한동훈 후보는 이날(19일) 오전 북구에서 출발하는 산악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하 후보는 오후에 부민병원 사거리 일대에서 거리 인사를 진행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K-복합 아레나' 조성, 구포시장 '전국 3대 시장화', 구포터널 신설 등 지역 공약 발표회를 연 데 이어 오후에는 만덕동과 덕천동 일대를 돌며 시민들과 만났다. 박 후보 역시 구포2동과 덕천 젊음의 거리 등을 방문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부산=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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