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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값 다시 정하라"…먹거리 가격 인하 도미노 오나


공정위, 제분 7개사에 역대 최대 6710억원 과징금
3개월 내 가격 재산정 명령…식품업계 후속 영향 촉각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내리면서 식품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밀가루·설탕 가격 인하 이후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빵·라면·과자 가격이 잇따라 내려간 전례가 있어서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사진=연합뉴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사조동아원·대한제분·CJ제일제당·삼양사·대선제분·한탑·삼화제분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약 6년에 걸쳐 진행한 밀가루 담합행위에 대해 과징금 671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4차례에 걸쳐 제면·제과업체 등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과 공급 물량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합 규모는 5조6900억원에 달한다. 이들 7개사는 국내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시장의 87.7%를 점유하는 과점사업자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9700만원으로 가장 컸고, 대한제분(1793억원), CJ제일제당(1317억원)이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사조동아원은 시가총액을 웃도는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대한제분도 지난해 영업이익(623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맞게 됐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이에 따라 7개 제분사는 3개월 안에 밀가루 가격을 각사별로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고, 가격 산정 근거와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가격 재결정 명령의 핵심은 담합 이전의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일부 업체는 담합 조사가 시작된 뒤 밀가루 가격을 자진 인하했지만, 공정위는 추가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가격은 담합이 시작된 2019년 말과 비교해 최소 38%, 최대 74% 상승했다. 원가가 오를 때는 판매 가격을 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가격을 느리게 내리면서 제분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의 밀가루 사업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9년 4.3%에서 2024년 12.5%로 상승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밀가루는 빵과 과자, 라면 등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먹거리의 핵심 원재료다. 제분사들이 가격 재결정 과정에서 밀가루 가격을 낮출 경우, 식품 제조사와 제빵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가격 조정 논의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앞서 정부가 밀가루·설탕 가격 담합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하자 제분·당류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월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4% 인하한 데 이어 2월에는 업소용과 소비자용 전 제품 가격을 최대 6% 내렸다. 삼양사도 지난 2월 소비자용(B2C)과 업소용(B2B) 설탕·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인하했다.

이후 3월에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고,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등 주요 라면업체와 롯데웰푸드·빙그레·오리온 등 식품업체들도 4월부터 일부 제품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당시 식품업계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을 조정했다.

다만 식품업계는 밀가루 가격 인하가 곧바로 최종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품 가격에는 원재료비 외에도 포장재,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반영되는 만큼 특정 원재료 가격만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번에도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가격을 내렸던 만큼 추가 인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부 압박이 있다면 검토할 수밖에 없겠지만, 원재료와 포장재, 물류비 부담이 여전해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1~2월 제분사가 업소용 밀가루 가격을 내렸지만 기존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적용되는 구조라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제품 가격이 밀가루 가격에 자동 연동되는 것도 아닌데, 특정 원재료 가격만을 이유로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분사들의 법적 대응 여부와 실제 재산정 결과를 지켜본 뒤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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