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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병에 음주운전 경고까지"...주류업계의 '한숨' [구서윤의 리테일씬]


11월부터 음주운전 경고 문구·그림 추가
업계 "공익 취지 공감하지만 소비 위축 우려"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술을 덜 마시는 사회, 술병의 경고는 더 무거워질 전망입니다. 11월부터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나 그림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주류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덜 마시는 분위기 속에 또 다른 규제가 더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경고 문구와 그림이 추가된 모습. AI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경고 문구와 그림이 추가된 모습. AI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규제가 강화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351건 발생해 121명이 숨지고 1만6304명이 다쳤습니다. 전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28건꼴입니다.

재범 문제도 심각합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경찰청·삼성화재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음주운전 재범률은 연평균 43.9%였습니다. 음주운전 적발자 10명 중 4명 이상이 다시 적발된 셈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라벨 변경 비용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소비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술병 어떻게 바뀌나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를 개정해 오는 11월 9일부터 새 주류 경고 표시 기준을 시행합니다.

주류제품 경고 표시가 변경되는 것은 2017년 8월 10일 시행된 경고문구 개정 이후 9년여 만입니다.

주류 용기에 음주운전 경고 문구와 그림이 추가된 모습. AI 생성 이미지. [사진=챗GPT]
과음 경고문구 및 경고그림 표기방법 표준안. [사진=보건복지부]

11월부터는 술병에 기존의 건강상 위험, 임신 중 음주 위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음주운전 금지' 문구 또는 그림이 추가됩니다. 정부 표준안은 경고 문구와 그림을 주류 라벨의 주상표, 즉 전면부에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경고 표시를 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증진법 제31조의2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법령 제·개정안은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 협정(WTO TBT)을 준수하기 위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됩니다. 적용 대상은 2026년 3월 19일 이후 반출되거나 수입신고를 한 모든 주류입니다. 다만 11월 9일 이전에 반출되거나 수입신고한 제품은 2027년 5월 8일까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주류업체는 경고 문구만 표기하거나 경고 문구와 그림을 함께 표기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라벨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할 때 상당수 업체가 경고 그림보다는 문구 추가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라벨 하나 바꾸는데도 셈법 복잡

겉으로 보기에는 술병 라벨에 경고 문구나 그림을 더하는 정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셈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제품 패키지는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핵심 요소인 데다, 라벨 변경은 디자인 수정과 인쇄용 동판 제작, 부자재 교체, 재고 관리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11월 9일 이후 생산되는 제품에는 새 기준에 맞춘 라벨을 적용해야 합니다. 기존 라벨을 활용할 수 없는 제품은 스티커 부착 등 별도 작업이 필요하고, 새 라벨을 제작하는 경우 인쇄 공정과 부자재 발주 일정도 다시 맞춰야 합니다. 대형 업체보다 생산량이 적고 품목이 다양한 중소 주류업체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수입 주류업계의 고민도 있습니다. 와인과 위스키는 해외 생산 및 수입 과정을 거치는 특성상 국가별 생산 일정과 패키지 운영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법령에 맞춰 라벨을 별도 제작하거나 보조 라벨을 붙이는 과정에서 통관과 유통 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통주 업계에서는 일괄적인 경고 표시가 우리 술의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통주는 지역 농산물과 전통 제조 방식, 양조장의 역사성을 함께 담은 제품인 만큼 라벨과 병 디자인이 브랜드 정체성이자 상품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무형유산이나 식품명인주, 지역특산주 등은 제품 특성을 고려한 표시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소주. [사진=연합뉴스]

◆"젊은층 술 줄이는데"…주류업계의 '한숨'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비 심리입니다. 국내 주류 소비가 이미 감소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경고 문구와 그림이 주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도주와 무알코올 제품으로 이동하는 젊은 소비자층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변화가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젊은층의 음주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대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전년 95.5g보다 30% 이상 줄었습니다. 이는 60대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인 66.8g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19~29세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신다는 비율도 2024년 기준 56.0%로, 2005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의도적으로 음주를 줄이는 '소버 큐리어스'와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류 소비의 중심축이던 2030세대의 음주 빈도도 낮아지는 모습입니다.

젊은층뿐 아니라 주류 시장 전체도 위축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세청 주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2년 326만8623㎘에서 2023년 323만7036㎘, 2024년 315만1371㎘로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2024년 출고량은 전년 대비 2.7% 줄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위스키나 와인처럼 병 디자인과 라벨을 수집 가치의 일부로 여기는 제품군에서 소비자 반응이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내 정식 수입 제품에는 경고 문구나 보조 라벨이 추가되기 때문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음주운전 예방 등 공공 안전을 강화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제도 시행에도 협력할 방침"이라면서도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고 표시가 소비자에게 지나친 거부감을 주거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패키지 디자인은 브랜드 정체성과 소비자 경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경고 문구와 그림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면서도 기존 디자인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제도 시행 전까지 문구와 그림 중 어떤 방식을 적용할지, 기존 라벨과 재고를 어떻게 관리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예방이라는 공익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술을 덜 마시는 시대에 비용과 브랜드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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