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자금대출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아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세대출 규제를 옥죌수록 세입자들은 매매 또는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며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세 물량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면서 전세매물이 줄고 무주택자의 매입이 늘어 전세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처럼 부동산 담보 대출이 많은 나라가 없다"며 "신용대출 또는 담보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전세사기도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기나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거주용이 아닌 주택에 부담을 매겨야 한다"며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조만간 정리해서 한꺼번에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자체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면서 관련 규제 손질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올 1분기말 165조6987억원으로 지난 2015년 25조3000억원에 비해서 크게 늘었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는 유주택자를 겨냥해왔다. 지난해 6·27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을 대상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했다.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도 1억원으로 축소했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기존의 90%에서 80%로 줄었다. 9·7대책에서는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10·15대책 때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 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면 전세대출의 이자 상환분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했다.
이에 향후 전세대출을 추가로 옥죈다면 비거주 1주택자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거나 보증비율 강화, 전세대출의 DSR 확대 적용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전세대출 규제 대상의 확대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은 당국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던 방향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잔액을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전세대출 규제 강화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세대출 규제까지 겹친다면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은 표심에 연계될 수 있어 쉽게 손대기가 어려운 사안이라 이번에 정부에서 조정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이 부동산 상승의 주된 원인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저금리 시기에 취약계층의 주거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전세대출 제도가, 어느 순간부터 일반복지처럼 적용대상과 범위가 확대된 측면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세대출 규제를 조정하더라도 급진적 변화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전세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면 세입자의 주거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대출을 지금보다 더 규제한다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전세대출 규제가 곧 부동산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전세 공급이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전셋값을 내릴 유인이 적다"며 "가격은 높은데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매매나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라 집값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하기보다는 높아진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월세로 전환하면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면서 매매보다는 월세 전환 가속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을 조일수록 세입자들이 매매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고민을 하겠지만 높아진 전셋값에 반전세,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아직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가 월세 비용의 부담이 크지 않지만 최근 월세 가격이 오르는 추세여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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