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유튜브에도 좋은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상용화의 벽'을 넘은 사례는 드뭅니다. '신수유치원'으로 그 1차 관문은 넘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작품들이 시장에 쏟아질 겁니다."
'국내 최초' 상업 TV용 생성형 AI 애니메이션 '신수유치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신수유치원은 지난달 29일 대원방송의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애니원'에서 공개 직후 웨이브 실시간 인기 콘텐츠 1위, 라프텔 애니메이션 부문 톱5, 티빙 인기 애니메이션 톱 20에 동시 진입해 화제를 모았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신수유치원은 평범한 인간인 '서민우'가 신수(神獸)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원장이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판타지 코미디다. 교육서비스 전문기업 코리아교육그룹 산하 AI 영상 스튜디오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와 대원방송이 공동 제작했으며, 웹툰 시즌1 48화 분량을 24부작으로 정규 편성했다.
!['신수유치원'을 연출한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성상훈 감독. [사진=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54821bf307909d.jpg)
신수유치원을 연출한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성상훈 감독은 아이뉴스24와 만나 "솔직히 예상 못한 성과"라며 "유튜브만 봐도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좋은 AI 콘텐츠들이 탄생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의 벽을 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과의 의미가 작지 않다. 내부적으로도 매우 고무적인 상태"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근거도 짚었다. 성 감독은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AI를 활용한 사례나 TV에서 AI를 부분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많았다"면서도 "다만 2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방영 기준을 충족하는 작품을 AI로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수유치원 제작에 100% AI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그는 "캐릭터, 배경 디자인, 동화, 컬러링 등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AI로 작업하지만 반드시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일관성 문제나 잘못 그려진 원화로 그대로 진행하면 안되기 때문"이라며 "경계를 두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과거 몇년씩 걸릴수 밖에 없는 작업들을 AI를 통해 빠르게 단축시킨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물들의 음성 역시 AI가 아닌 인간 성우를 채용했다. 이에 대해 성 감독은 "AI가 발전했어도 성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따라가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며 "성우 참여는 작품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어디에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오히려 실력이라고 본다"고 했다.
신수유치원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다양한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신수유치원의 작화는 웹툰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의도다. 성 감독은 "신수유치원은 대원미디어의 웹툰·웹소설 전문 자회사 '스토리작'의 작품"이라며 "애니메이션화 과정에서 많은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AI 애니메이션이 나오기까지는 한두가지의 툴로는 절대 완성도 있는 영상이 나올 수 없다"며 "이미지와 영상이 생성과 교정, 보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툴들을 거쳐야 비로소 가치가 부여된다. 불쾌한 골짜기를 어떻게든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워크플로우는 이미 완성된 상태이며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한 좋은 기획이 뒤따르는 것이 다음 숙제라는 게 성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AI가 사용됐다는 것만으로 악의적인 평가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간 AI 콘텐츠가 보여준 불쾌한 골짜기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면서도 "기술은 경이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여기에 연출 능력만 더해지면 기존 상업용 애니메이션을 완벽히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성큼 다가온 AI 시대를 살아가는 감독의 역할을 묻자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AI가 수많은 결과를 생성하면 그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책임지는 존재가 감독"이라며 "연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의도와 선택에 있다. 수많은 스태프 대신 AI를 지휘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신수유치원'을 연출한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성상훈 감독. [사진=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86c0d8f01c3e03.jpg)
"AI, 차원이 다른 시대적 변화의 트리거"
신수유치원을 연출한 성상훈 감독의 이력은 이채롭다. e스포츠 태동기였던 2004년에는 코치로서 e스포츠 팀 T1 창단을 함께 했고 이후에는 CJ ENM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하는 MCN 사업을 이끌었다. 서울시청에서 유튜브 기획 제작총괄을 맡기도 했다. 늘 트렌드를 쫓으며 도전을 일삼았던 그는 재작년부터 AI의 부상을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봤다. 반년 가까이 AI를 습득하는 '폐관 수련'을 한 이유다.
성 감독은 "지금까지 많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했지만 재작년부터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AI 가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며 "AI는 지금까지의 충격과는 차원이 다른 시대적 변화의 트리거로,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AI 콘텐츠 제작 분야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시장에 팽배한 AI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그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성 감독은 "신수유치원만해도 치열하게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며 "변화의 길목에 선 기술은 늘 환영받지 못했지만, 결국 길을 낸 것은 돌을 먼저 던진 사람들이었다. 변화의 한복판인 지금 시점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먼저 돌을 던져야 하고 그 파문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AI 작화가 애니메이터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마부론'으로 받았다. 그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갈 때도 마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반발이 컸지만 결국 많은 마부가 운전대를 잡았다"며 "AI 이미지 생성·편집·영상·코딩으로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대비 없이 반발만 하면 도태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뿐만아니라 영화, 광고, 전광판, 오프라인 제작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콘텐츠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지금 배척이나 비난보다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신수유치원을 만든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와 성상훈 감독의 5년 뒤를 묻자 "사옥을 짓고 독립해 다양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중견 스튜디오가 되어 있지 않을까"라며 "희망사항이지만,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품질을 상회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때가 온다면 단순한 희망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수유치원'을 연출한 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의 성상훈 감독. [사진=글리치고블린스튜디오]](https://image.inews24.com/v1/03a8342fa32d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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