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인공지능(AI) 클러스터가 오는 2030년 정상 가동되려면 원자력발전소 2기 수준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력망 투자와 시장 개혁이 늦어질 경우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도 전력 인프라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맥킨지는 9일 발표한 보고서 '한국 전력망은 3조1000억달러 규모 AI 투자 계획을 감당할 수 있는가(Can South Korea's Grid Power the US$3.1 Trillion AI Bet?)'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지역 최대 전력수요는 현재 11.8기가와트(GW)에서 19.1GW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 실질 발전용량은 16.8GW에 그쳐 약 2.3GW의 전력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최신 원전(APR1400) 약 2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규모다.
우드맥킨지는 전력 부족의 원인으로 발전설비보다 송전망을 지목했다. 서남권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이지만 기존 송전망의 병목 현상으로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 상당수가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부족한 전력을 태양광만으로 충당하려면 앞으로 5년 동안 약 19.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서남권에 새로 설치된 태양광은 679메가와트(MW)에 그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드맥킨지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확대와 전력시장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배터리는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제한적으로 수익을 얻고 있어 투자 유인이 부족한 만큼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한빛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한빛원전의 운영 기간을 10년 연장하면 약 2GW의 발전용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생산 가스터빈을 활용한 천연가스 발전 확대와 영남권의 잉여 원전 전력을 서남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확충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윤식 우드맥킨지 아시아태평양 전력·재생에너지 부문 연구원은 "한국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산업용 전력 수요에 직면하고 있다"며 "유연성 자원과 안정적인 발전원, 송전망 확충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하나라도 뒤처질 경우 AI와 반도체 투자는 기술이나 자금이 아니라 전력 인프라 때문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서남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지역 산업단지에서 자체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서해안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