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서민층 진입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한도까지 축소하면서 빌라(연립·다세대)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폭등한 아파트값에 치이고 자금줄까지 막힌 실수요 서민들이 빌라 전월세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는 모습이다. 과거 임대차시장을 뒤흔들었던 '무자본 갭투자' 구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 문턱을 넘지 못한 실수요가 빌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거래량이 52만8858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7.2%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단독 등 비아파트 전월세거래량은 70만1756건으로 오히려 11.5% 증가했다.
서울 역시 같은기간 아파트 전월세거래는 6.5% 줄었지만 비아파트 거래는 24만4369건에서 25만9853건으로 1만5000건이상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먼저 치솟자 자금력이 부족한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비교적 저렴한 빌라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다.
강북구 수유동 한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전셋값 부담을 이기지 못한 세입자들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다만 전세사기 여파로 보증보험 가입가능 여부를 필수로 확인하거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귀띔했다.
![성북구 일대 거리에 들어선 빌라 건물들.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ef61252c56053.jpg)
시장에서는 최근 시작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 축소가 이런 흐름을 더욱 키울 변수로 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이번 조치는 전세대출이 아닌 주택구입용 대출을 겨냥했지만 금융권이 자금줄을 옥죄면서 내집마련을 앞둔 실수요자들이 결국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임대차시장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아파트값 상승에 이어 은행권의 자체 한도 축소까지 더해지면서 매수를 미룬 수요가 빌라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 구조가 됐다"며 "전세수요가 몰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극도로 좁혀지면 과거처럼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갭투자 유인이 다시 커질 수 있어 시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법원경매 시장과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투자수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강제경매를 신청한 빌라 가운데 낙찰된 5672건중 4347건(76.6%)을 일반 응찰자가 가져갔다. 서울 강동구 길동 한 다세대주택은 감정가보다 약 1억원 높은 가격에 주인을 찾아가기도 했다.
성북구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에는 실거주 목적 외에도 경매물건이나 임대수익률을 묻는 투자상담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아직 시장이 과열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세사기 사태 이후 뜸했던 투자문의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장이 '제2 빌라왕'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2년 발생한 빌라왕 사태는 브로커와 임대인이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세입자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악용한 사건이다.
당시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로 이어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여건이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2022년과 완전히 같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아파트 가격 폭등과 시중은행의 대출축소 풍선효과가 겹치면서 빌라 수요가 늘고 전세가율이 동반 상승할 경우 다주택 임대인의 무리한 갭투자가 재발할 수 있는 만큼 고전세가율 주택에 대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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