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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제한은 불법"…박기덕 대표 손해배상 책임 인정


"경영권 방어 위해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판단
의결권 제한 위법성·민사책임 첫 본안 판결

[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법원이, 고려아연이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위법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주주총회 의장을 맡았던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에게는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장지혜)는 지난 10일 영풍이 박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박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고려아연이 호주 소재 계열사인 SMC를 통해 상호주 관계를 만든 뒤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를 어떻게 볼거냐는 문제였다.

재판부는 SMC가 주식 양도 제한과 주주 수 제한, 상장 제한 등 폐쇄적인 구조를 가진 회사로 우리 상법상 주식회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MC는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근거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특히 의결권 제한의 목적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판결문에는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SMC를 활용한 상호주 형성을 검토했고, 박 대표 역시 의결권 제한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였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박 대표가 고려아연 대표이사이자 SMC 이사로서 상호주 형성과 의결권 제한 과정에 직접 관여했으며, 법률적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또 최대주주의 주주권이 침해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최소한 예견할 수 있었던 만큼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봤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 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법원은 이번 의결권 제한이 단순한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주주총회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영풍의 의결권이 행사됐다면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과 고려아연 측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한 영풍이 총회 연기와 법률 검토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의결권 제한의 적법성을 다툴 기회조차 충분히 보장하지 않은 채 주주총회를 진행한 점도 위법성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이를 주도한 경영진에게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주평등 원칙과 의결권이 회사법상 가장 중요한 권리라는 점을 재확인한 판결"이라며 "향후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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