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유례없는 빠른 속도로 위탁개발생산(CDMO) 기지를 건설했지만 정작 시장이 기대하던 대형 수주 낭보는 들리지 않고 있다. 글로벌시장 섬점경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업계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 송도1공장은 올 하반기 시운전과 생산시스템 검증을 거쳐 오는 11월 공식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인증 절차를 밟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도 착수했다. GMP는 설비와 품질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인증받음으로써 의약품 상업 생산허가를 획득하는 필수절차다.
이번 1공장 준공은 송도공장을 착공한지 불과 2년여만에 거둔 성과로 당초 예상보다 일정을 6개월가량 앞당겼다. 생산능력은 12만리터(L) 규모 항체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30년까지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총 36만리터 규모 생산기지 3개를 조성하고 기존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포함해 총 40만리터 글로벌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로드맵을 추진중이다.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달 "올해 말까지 글로벌 빅파마와 대형 계약 한두건의 구체적인 수주성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속도, 품질, 생산 유연성을 모두 갖춘 통합생산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CDMO 톱10 진입을 이뤄내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공언한 대형 수주가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이오 CDMO사업 특성상 최신 생산 설비만큼이나 의약품 제조경험과 누적노하우를 뜻하는 '트랙 레코드(상업생산 실적)'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생산실적이 전무한 신설공장에 선뜻 대량의 물량을 맡기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는 까다로운 FDA 허가 절차 탓에 과거에는 노후시설이 주를 이뤘으나 최신설비를 갖춘 초대형 후발주자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이 재편됐다"며 "이후 상위권 후발주자간 증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사업자 진입 문턱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시장 영토확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인용한 바이오의약품 전문 시장분석기관 '바이오플랜 어소시에이츠'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설생산능력 상위 100곳중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공장이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2위권의 가파른 추격이다. 2위는 중국 CL바이오로직스의 선전 생산시설이, 3위는 일본 후지필름이 덴마크 힐레뢰드에 보유한 생산시설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 CL바이오로직스는 2022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천문학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키우며 선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협하고 있다. 후지필름 역시 지난 3월까지 10위권 밖이었으나 덴마크 시설에만 16만리터를 추가 증설해 총 40만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단숨에 3위로 도약했다.
이에 따라 기존 3위였던 스위스 론자의 미국 바카빌시설은 4위로 밀려났다. 후지필름은 오는 2028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총 75만리터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능력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뒤늦게 추격해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바이오를 그룹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전폭적인 육성에 나선 롯데그룹으로서는 조속한 시장안착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인천 송도캠퍼스 1공장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주요시설을 점검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의 현장방문 직후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1공장 건설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553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전격 결정했다.
여기에 과거 인수한 미국 시러큐스공장(생산능력 4만리터) 가동률 저하 문제까지 겹치면서 송도1공장 수주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롯데지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시러큐스공장 가동률은 2024년 81%선에서 올 1분기 14%로 급락했다. 수주물량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시러큐스공장은 현재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시설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가동률이 조정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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