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의 자금난 부담이 몰(Mall) 입점업체와 건물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가 입점사들로부터 관리비를 정상적으로 징수하고도 정작 건물주에게 지급해야 할 관리비는 체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은 임대료 미지급에 이어 건물관리 부담까지 떠안게 됐고 입점사들은 고객감소와 건물관리 부실속에서 정상적인 영업조차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분당오리점·월곡점·상봉점·잠실점 등 일부 임대점포에서 건물주에게 지급해야 할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해당점포들은 홈플러스가 건물주로부터 건물을 임차한 뒤 카페·식당·약국·미용실 등 몰 입점사들에 재임대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계약구조에 따라 입점사들은 매달 관리비를 홈플러스에 납부해 왔다.
문제는 입점사들이 납부한 관리비가 정작 건물운영과 관리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자사 마트영업을 전면중단했으면서도 몰 입점사들에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핵심 집객시설인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유동인구가 급감했고 입점사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관리비를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 즉 입점사들은 고객감소에 따른 매출부진과 건물관리 부실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라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임대점포에 입점한 A 점주는 "마트가 문을 닫은 뒤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비는 계속 내고 있다"며 "관리비를 정상적으로 냈는데도 건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체 그 돈이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물주들 역시 임대료는 물론 관리비까지 받지 못하면서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관리비는 화장실과 에스컬레이터, 공용 출입구, 냉난방 설비, 청소 등 건물운영에 필요한 필수비용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건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용객이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건물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피해는 홈플러스와 직접 계약을 맺은 이해관계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현재 관리비 체납이 발생한 일부 점포는 주상복합이나 복합상업시설에 입점해 있어 해당건물 입주민과 다른 상가들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병원·학원·음식점·생활서비스 매장 등 다수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건물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대점포 건물주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1년 넘게 임대료를 주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비까지 밀리면서 사실상 건물이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며 "홈플러스가 건물의 핵심 임차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 관리비 미납 문제는 건물 전체 운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은 최근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홈플러스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일 법원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회생절차가 재개되더라도 홈플러스가 현장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자금이 체납된 임대료와 관리비 지급에 투입될지도 불확실한 만큼 건물주와 입점사들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00억원 자금마련은 회생절차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마중물일 뿐"이라며 "그동안 자금난으로 인해 피해를 떠안은 주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홈플러스 정상화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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