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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검찰급 입증' 요구⋯'웰스토리 판결'에 전문가들 '날선 비판' [현장]


서울고법, 부당지원 요건 엄격 해석…대기업 내부거래 규제 무력화
"검찰수사 수준 입증책임 요구"…행정청 합리적 감시기능 마비 우려
공정위 상고로 공 넘겨받은 대법원…부당지원 규제 실효성 갈림길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삼성웰스토리 '급식일감 몰아주기' 사건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처분을 취소한 법원 판결을 두고 "공정거래법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비판이 제기됐다. 법원이 부당지원 행위 판단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공정위 재량권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리가 대법원에서 그대로 굳어질 경우 향후 대기업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실효성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다윗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다윗 기자]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는 "법원이 이번 재판에서 공정위에 매우 엄격한 기준과 증명을 요구했다"며 "공정위가 향후 모든 사건에서 이 정도 수준의 입증을 해야 한다면 공정거래법 규범력은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3부는 지난 4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 4곳이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는 이유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총 2349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 등 계열사 4곳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3년부터 사내급식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었다.

하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계열사들에 부당지원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삼성웰스토리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제표의 절대적 규모만으로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상당한 규모'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웰스토리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제공됐거나 이번 급식거래가 단체급식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공정위는 지난 5월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노 변호사는 재판부가 공정거래법상 '상당한 규모'라는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노 변호사는 "공정위는 이 사건 거래가 상당한 규모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삼성전자 등의 웰스토리에 대한 거래의존도, 웰스토리가 얻은 매출액 규모와 연평균 영업이익률 등을 제시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는 규모에 의한 지원성 거래를 거래조건에 의한 지원성 거래와 실질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법원은 이 사건 거래의 매출액 전부가 지원행위 대상에 해당하려면 미전실 지시 없이는 웰스토리가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급식거래를 위탁받을 수 없었다는 사정이 명백히 드러나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 역시 규모에 의한 부당지원행위 성립요건을 과도하게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부터 부당지원 매출과 정상매출을 구분하는 것은 규모에 의한 지원성 거래 범위를 합리적 이유 없이 축소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 변호사는 "단체급식이 이미 경쟁이 상당히 제한된 과점 시장이므로 경쟁제한이 심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 판단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시장내 기존사업자간 경쟁을 배제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과 유력한 지위를 유지 또는 강화하는 것 모두 경쟁제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가 모든 사건에서 이 판결이 요구한 수준으로 입증해야 한다면 행정청의 합리적 재량범위가 축소돼 거의 검찰처럼 수사를 해야 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판결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전다윗 기자]
삼성웰스토리 본사. [사진=삼성웰스토리]

김설이 법무법인 지음 대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기존 대법원 판례의 흐름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공정위는 규모뿐만 아니라 급부와 반대급부 차이 등 정상가격을 입증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많은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그간 대법원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 유리한 조건인지 판단해 왔는데 원심은 각각의 요소만 떼어내 '부족하다'고 본 뒤 종합적인 판단을 생략해 기존 대법원 판례와 완전히 반대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신봉삼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역시 법원의 증명기준을 비판했다.

신 전 처장은 "지원 의도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데 원심은 각각의 개별정황에 대해 지원의도를 모두 따로 입증하도록 요구했다"며 "이는 종합 고려 방식을 취하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맞지 않아 상고심인 대법원에서는 증명수준에 관한 법리를 명확히 정립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현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이번 판결이 최종확정될 경우 대기업집단에 거래조건을 다소 불리하게 설계하더라도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원하면 적발되지 않는다는 왜곡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사실상 증명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는 선례 앞에서 공정위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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