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쿠팡 초대형 물류센터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거점 집중형' 물류전략의 구조적 리스크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배송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과 재고를 대형거점에 집중시키는 방식은 평소에는 강력한 경쟁력이지만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재고손실과 주문처리기능 마비가 동시에 몰려온다는 점을 이번 화재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사흘째 화재가 이어지고 있는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에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4092e3626be2e.jpg)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54분 경기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날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행히 현장근무자 121명은 모두 자력으로 대피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진화작업을 마치는 대로 합동감식을 실시해 정확한 발화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에 불이 난 인천32센터는 연면적 약 29만9000㎡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상온 풀필먼트센터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이곳을 경량 생활용품 등을 주로 취급하는 핵심 물류거점으로 운영해 왔다.
시설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 2021년 대형화재가 발생했던 덕평물류센터(약 12만7000㎡)의 두 배를 웃도는 초대형 물류시설이다.
쿠팡이 구축한 물류구조는 일반적인 오픈마켓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판매자가 상품을 직접 보관하고 발송하는 오픈마켓과 달리 쿠팡 '로켓배송'은 회사가 직매입한 상품을 풀필먼트센터에 직접 보관한 뒤 분류·포장·출고까지 전과정을 도맡아 처리한다.
이 때문에 쿠팡이 재고를 대형거점에 집중할수록 배송속도와 운영효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지지만 반대로 초대형 거점 하나가 멈춰 서면 해당시설이 담당하던 방대한 재고와 주문처리기능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화재가 대형화된 물류망의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짚었다. 물류시설 규모가 커질수록 평소에는 물류비 절감과 배송효율 향상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지만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물류센터들이 떠안아야 하는 대체물량과 재고 재배치 부담도 그마큼 커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센터간 상품이동과 간선운송 노선조정, 현장인력 재배치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현재 쿠팡은 인천32센터에서 처리하던 기존 주문물량을 인근 물류센터들로 급히 분산하고 있다. 쿠팡측은 "현재까지 전국적인 로켓배송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류전문가들은 화재진압과 복구가 장기화할수록 대체거점들 운영 과부하와 추가 물류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 2021년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초대형 물류거점 사고가 초래하는 자산손실 비용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다. 당시 쿠팡은 소실된 재고와 건물·설비 손실 등을 포함해 총 2억96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바 있다.
이번 인천32센터 화재 역시 건물구조물과 적재된 재고, 첨단 물류설비 손상범위에 따라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소방당국 현장조사가 끝난 이후에나 명확히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화재가 쿠팡 배송망 전체를 마비시킨 것은 아니지만 초대형 거점 한 곳의 공백을 주변 센터들이 메워야 하는 비상상황 자체가 직매입 기반 물류전략 양면성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평소에는 규모의 경제가 시장 장악력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사고 앞에서는 그 거대한 규모가 고스란히 복구비용과 대체 운영부담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정종철 CFS 대표는 "화재사고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계신 지역주민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주민들 건강관리와 안전한 대피생활을 위해 회사차원에서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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