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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트레이더 조' 꿈꾸는 홈플러스⋯PB 경쟁력 '의문표'


휴업점포 67곳에 PB 중심 '트레이더 조' 모델 도입
노브랜드 등 경쟁치열…'심플러스' 유인책 부족 지적
납품대금 지연 여파 지속…협력업체 신뢰회복 변수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가 미국 자체브랜드(PB) 전문 유통업체인 '트레이더 조'를 벤치마킹한 사업모델을 내놨다. 전통적인 대형마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PB상품 판매비중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임시휴업 중인 핵심점포 67곳의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PB 과자가 행사 매대에 놓여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그러나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PB 경쟁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모델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레이더 조 성공요인은 단순한 PB 비중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독보적 브랜드 파워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홈플러스는 두 가지 핵심요소 모두에서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이 집행되는 대로 임시휴업 중인 점포 67곳의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특히 매장 운용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기존 복층형태 매장을 약 1000평 규모 단층매장으로 축소 재구성하고 PB상품과 식품,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 중심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트레이더 조와 유사한 전략이라고 콕 집어 설명했다. 트레이더 조는 전체 판매상품의 80%이상을 PB로 구성하고 있으며 평균 매장규모 역시 일반 대형마트에 비해 작다. 대신 독창적인 PB 경쟁력을 앞세워 이커머스 확산 속에서도 대표 유통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서울의 한 홈플러스 견과류 코너. 한쪽 매대에는 모두 PB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하지만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트레이더 조 성공방정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경쟁력은 PB비중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해당 PB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브랜드 파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마트 시장 PB 경쟁은 이미 치열한 상황이다. 이마트는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롯데마트는 '오늘좋은'과 '요리하다'를 앞세워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특히 노브랜드 경우 일부상품이 '필수 구매품목'으로 자리 잡으며 고객유입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홈플러스 대표 PB인 '심플러스'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플러스 취급상품수(SKU)는 2000~3000개 수준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부족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특정 심플러스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홈플러스를 방문하는 경향은 낮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편의점업계까지 PB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면서 대형마트 차별성은 더욱 약화됐다.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에서도 경쟁력 있는 PB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가 심플러스 상품만을 목적으로 홈플러스를 찾을 유인이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PB 중심 전략이 미래형 사업모델 혁신이라기보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상품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한다. 일반 브랜드(NB)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운 PB 비중을 늘려 매장을 운영하려는 현실적 대안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가 자금난으로 물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대에 PB 상품을 가득 채운 모습. [사진=아이뉴스24 DB]

홈플러스가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는 협력업체와의 공급망 신뢰 회복이다. PB 사업은 유통사가 상품을 기획하더라도 실제 생산은 제조사가 맡는다. 발주처 재무건전성과 안정적인 대금지급 능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전후로 대금정산 지연 논란이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21일부터 6월5일까지 홈플러스 납품업체 1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 76.7%가 대금정산 지연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67개 점포 휴업 직전에도 매대를 PB상품으로 채웠지만 일부 음료 및 가공식품 등에 편중되면서 소비자 상품 선택폭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홈플러스의 '한국판 트레이더 조' 실험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매장에 심플러스 상품을 늘리는 것보다 소비자와 협력업체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트레이더 조 PB는 그 자체로 목적 구매 대상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 구매하는 쇼핑패턴에 익숙하다"며 "PB만으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강력한 상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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