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 위두현에는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長征)' 출발지를 기리는 기념공원이 있다. 1934년 마오쩌둥이 이끈 홍군은 국민당군의 포위를 피해 1년 넘는 행군 끝에 살아남았고, 훗날 정권 수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9년 5월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본격화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곳을 찾아 "우리는 새로운 장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과의 장기 기술 경쟁에 대비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산업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였다.
7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에 이어 반도체 노광장비의 자립을 시도하고 있다.

ASML보다 주목받은 '반도체 생태계'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 아이성나전자기술그룹은 자체 개발한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약 5대, 내년 약 20대를 생산해 SMIC와 화훙반도체, 창신메모리(CXMT)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DUV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다. 가장 첨단인 극자외선(EUV) 장비보다는 한 세대 이전 기술이지만 다중 패터닝을 적용하면 첨단 공정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생산성과 정밀도, 수율은 아직 검증 단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중국이 내년 목표 물량을 모두 생산하더라도 ASML 매출 감소 규모는 전체의 2.4%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역시 이번 소식을 ASML 추격보다 중국 반도체 공급망의 마지막 퍼즐을 하나 더 채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SMIC·CXMT 이어 장비까지…공급망 채우는 중국
미국의 수출 규제 이후 중국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메모리, 장비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왔다.
파운드리에서는 SMIC, D램에서는 CXMT, 낸드플래시에서는 양쯔메모리(YMTC)가 성장했고, 식각·증착 장비에 이어 DUV 노광장비까지 국산화에 나서며 공급망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번 DUV 양산을 주도한 아이성나는 설립 3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재 대상 기업에 집중됐던 연구개발 역량과 인력을 새로운 법인으로 모으는 방식으로 미국의 규제에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3440억위안 규모의 국가반도체기금을 추가 조성하는 등 장비와 제조 기술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HBM·EUV는 아직…한국은 장기전 준비해야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까지 따라잡았다고 보기는 이르다.
EUV 노광장비는 여전히 ASML이 독점하고 있으며, HBM 시장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하고 있다.
CXMT 역시 HBM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기술력과 양산 경험에서는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구형 제품인 HBM3와 HBM3E 양산도 향후 2~3년 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DUV 장비는 생산 규모와 수율 등을 고려하면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업계가 중국을 경계하는 이유는 이미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는 이번 우려가 다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의 DUV 장비 개발 소식은 이미 2023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중국 내 장비 업체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장비 개발과 테스트를 진행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중국산 DUV 장비는 생산 효율이나 성능 면에서 ASML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성과를 중국 D램 산업이 도약하는 획기적인 계기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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