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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쥐고도 갈 곳 없다"⋯육아·출퇴근 갈림길 선 30대


서울 좁은 집 vs 경기 장거리 출퇴근…맞벌이 '주거 딜레마'
직장 접근성 포기해도 평촌·금정 84㎡ 이미 13억~15억원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직장 가까운 서울 집을 사자니 아이 키우기에는 너무 좁고 아이가 아플 때 도움을 줄 부모님 근처로 가자니 출퇴근길이 막막합니다. 현금과 대출을 합쳐 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도 결국 중요한 가치 하나는 포기해야 하더라고요."

서울 소형아파트와 경기외곽 아파트 매매를 두고 고민하는 30대 맞벌이 부부들이 직장 접근성과 육아환경, 대출 상한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울 중심부 아파트를 매수하면 주거면적과 육아돌봄 여건을 타협해야 하고 부모가 거주하는 경기지역으로 이동하면 고된 장거리 출퇴근과 대폭 오른 집값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AI 생성 이미지.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집값과 직장 접근성뿐 아니라 어린이집 등·하원과 긴급 돌봄 여건도 매수 지역을 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AI 생성 이미지.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집값과 직장 접근성뿐 아니라 어린이집 등·하원과 긴급 돌봄 여건도 매수 지역을 정하는 주요 기준이 되고 있다. [사진=김민지 기자]

올해 1월 첫 아이를 낳은 맞벌이 부부 A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편은 서울 신촌, 아내는 경복궁 인근으로 출근해 직장만 놓고 보면 서울 서북권에 자리잡는게 유리하다. 하지만 이들이 우선 알아보는 지역은 양가 부모가 사는 경기 군포 금정역과 안양 평촌·의왕 인덕원 일대다.

현재 안양에 거주하는 A씨 부부는 보유현금 2억~3억원에 재개발을 추지중인 빌라 한채를 갖고 있다. 현재 빌라시세는 약 4억원 수준이며 A씨는 향후 5억원 안팎에 처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부는 당초 출퇴근 편의를 고려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전용 59㎡를 후보에 올렸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뒤 주거지를 결정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출퇴근시간 단축보다 급할 때 부모가 얼마나 신속하게 와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어린이집에서 급히 데려가라는 연락이 올때 부부가 매번 직장을 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까지 이동하는 시간보다 긴급상황 발생시 부모가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 주거선택을 좌우하는 핵심조건이 된 셈이다.

문제는 육아도움을 받고자 부모 거주지 근처로 이동한다고 해서 10억원안팎 예산으로 넉넉한 집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 남부권 선호지역 아파트 가격이 최근 몇년새 급등하면서 부모 근처 주거비 부담 역시 서울 못지않게 커졌다.

금정역과 평촌·인덕원 일대 선호단지 전용 84㎡ 매매가격은 이미 13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실거래가와 시세 상승폭이 커지면서 10억원안팎 자금을 가진 맞벌이 가구가 진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 '힐스테이트금정역' 전용 84㎡는 지난 5월 13억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양시 동안구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 역시 지난달 31일 기준 KB시세 일반가가 14억5000만원을 기록했으며 같은날 28층 매물은 14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출산을 계획중인 또다른 30대 신혼부부 B씨 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각각 인천과 일산으로 출근하는 B씨 부부는 현금 5억원에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을 더해 10억~11억원대 서울 아파트를 찾고 있다.

후보지는 강서구 가양·등촌과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일대다. 현재 출퇴근 여건만 따지면 두 지역 차이는 크지 않지만 출산 뒤 필요한 방 개수와 주거면적, 인근 어린이집 수용능력, 향후 상급지 갈아타기 가능성까지 계산하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부담도 적지 않다. 서울 강서구 '등촌주공3단지' 전용 58㎡ 지난달 KB시세는 9억8000만~11억4000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현금 5억원을 쥐고 있어도 11억원안팎 집을 사려면 대출이 계획대로 나와야 한다.

만약 대출 상한선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취득세와 복덕방 중개보수, 이사·수리비 같은 부대부용을 감안해 눈높이를 낮춰 후보지를 다시 검색해야 하는 처지다.

두 부부가 겪는 고민은 자금만 확보하면 언제든 원하는 주거지를 고를 수 있었던 기존 부동산 통념을 뒤흔든다. 10억원이 넘는 자금력을 갖춘 가구조차 직장 접근성과 돌봄여건, 주거면적이라는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과 육아환경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거공간과 육아돌봄 시설을 한데 묶은 결합형 주택공급 확대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신혼부부 특화주택사업 가운데 주거공간에 돌봄·육아 기능을 결합한 모델을 선정해 추진중이다.

이를 직장과 교통이 편리한 수도권 생활권으로 확대해 가족형 주택과 어린이집, 긴급돌봄 시설을 함께 공급하면 조부모 가까이 이사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시·주거분야 한 전문가는 "지금 내집마련에 나선 30대 신혼부부에게 필요한 정책은 단순한 대출규모 확대가 아니다"라며 "매매계약 전에 실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을 정교하게 확인하도록 돕는 한편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주거와 육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맞춤형 주택을 효율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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