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계약서면 지연교부·종업원 파견 미약정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발 방지 명령을 받고도 농협하나로유통이 똑같은 유형의 법률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게 됐다. 재발 기간이 3년을 넘어 재발에 따른 가중 처벌은 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농협하나로유통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6200만원을 부과했다고 9일 밝혔다. 계약 서면을 늑장 교부하고, 납품업자 종업원을 서면 약정 없이 파견받아 근무시켰으며, 신상품이 아닌 상품에도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물린 혐의다.

이번 세 가지 위반 유형은 공정위가 6년 전에 내린 제재 항목과 사실상 동일하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2월 15일 농협하나로유통에 계약서면 지연교부, 종업원 파견 시 서면 미약정, 부당 판매장려금 수취 등 3개 항목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6억원을 부과하면서 "다시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재발방지명령을 함께 내린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 1일부터 2024년 7월 21일까지 426개 납품·입점업자와 맺은 863건의 계약에서, 거래형태·거래품목·기간 등이 명시되고 양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면을 계약 체결 즉시 교부하지 않았다. 계약 시작일 이후 서명이 이뤄진 경우가 710건, 계약 시작일 이후에야 계약서면을 보낸 경우도 153건에 달했다. 평균 지연일수는 30일로 파악됐다.
같은 유형의 위반은 2020년 제재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당시 공정위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633개 납품업자와 맺은 744건의 계약에서 서면을 지연 교부한 사실을 적발했다. 2020년 12월 제재 이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21년 1월 1일부터 같은 유형의 위반이 다시 시작된 셈이다.
종업원 파견 관련 위반도 되풀이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4월 1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10개 납품업자로부터 판촉사원 43명을 11회에 걸쳐 파견받아 자신의 사업장에서 근무시키면서, 사전에 서면으로 파견 조건을 약정하지 않았다. 최소 1일에서 최대 365일간 약정 없이 근무한 인원이 있었고, 이 기간 납품업자가 부담한 인건비만 1억82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제재 당시에도 농협하나로유통은 2015년 4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5개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으면서 자발적 파견요청서를 받지 않거나 서면 약정에 필수사항을 누락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세 번째 위반 유형인 부당 경제적 이익 수취는 항목은 같지만 수법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0년 제재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납품액이 신장목표에 도달했는지와 무관하게 신규 입점업체 및 배송방식 전환업체에 일률적으로 1.5%의 '성과장려금'을 물린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76개사로부터 22억1300만원을 수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엔 '신상품 입점장려금'이 도마에 올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 판매장려금 및 수탁사업수수료 업무처리매뉴얼을 개정해, 신상품 기준을 실제 시장 출시일이 아닌 자사 하나로마트 신규 입점 시점으로 바꿨다. 이렇게 정의를 바꾼 뒤 2021년 2월부터 11월까지 43개 납품업자로부터 시장 출시 후 6개월이 지나 더는 신상품으로 볼 수 없는 187개 상품에 대해서도 신상품 입점장려금 명목으로 3억236만원을 걷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출시 후 최대 8년 9개월이 지난 상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은 신상품 여부를 '출시' 후 6개월 이내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유통업계 전반의 거래 관행도 마찬가지다. 자사 매장 입점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오래된 상품에까지 장려금을 물린 것은 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과징금 4억6200만원은 2020년 제재 당시 6억원보다 낮다. 다만 두 사건 모두 위반금액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워 위반행위 중대성 정도에 따라 정액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유통업계에 고질적이고 만연한 대표적인 유형들인 서면 지연교부, 판촉사원 파견 시 서면 미약정 등을 적발한 것"이라며 "신상품이 아님에도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수취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대규모 유통업자에 대해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합리적 범위를 넘어서는 판매장려금 수취가 위법한 행위임을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협하나로유통은 전국 24개 대형·중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규모유통업자로, 2025년도 매출액은 1조1804억원으로 집계됐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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