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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젠슨 황은 왜 월가서 '5000억달러' 끌어오나


블랙록·KKR 등 6개 금융사와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 구축
반도체·클라우드·네트워크·전력 이어 '자금 조달' 병목 해소 나서
모건스탠리 "순환성 우려 완화"…AI 팩토리 늘면 HBM 수요 영향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월가까지 끌어들였다.

반도체와 클라우드,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와 협력을 넓혀온 엔비디아가 이번에는 막대한 구축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사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6월 9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정소희 기자]

11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아폴로, 블랙록, 블랙스톤, 브룩필드, 골드만삭스, KKR과 독립적인 AI 컴퓨팅 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 향후 이 플랫폼을 통해 5000억달러 이상의 제3자 자본을 AI 인프라 시장에 동원할 계획이다.

5000억달러는 엔비디아가 직접 투자하거나 이미 확보한 돈이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고객과 수요, 가동률, 수익성 등을 따져 투자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등을 묶은 'AI 팩토리' 플랫폼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AI 생태계 넓혀온 젠슨 황…이번엔 '돈'까지 푼다

엔비디아가 금융시장까지 끌어들이는 이유는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서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GPU뿐 아니라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 등에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AI 컴퓨팅이 필요해도 이를 직접 구축할 자금이 부족한 AI 기업과 네오클라우드 업체도 많다.

엔비디아는 AI 생태계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분야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지난해 인텔에 5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AI 클라우드 업체 코어위브와 네비우스에 각각 20억달러를 투입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초고속 통신을 담당하는 루멘텀과 코히런트에도 각각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분야로도 투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황 CEO는 AI 팩토리 건설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프라 확장"이라고 강조해왔다. AI 시장이 커지려면 엔비디아 GPU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전력 등이 함께 늘어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뉴욕 월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NYSE]

이번에는 AI 인프라를 지을 '돈'으로 영역을 넓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그동안 AI 확장의 주요 병목이 수요가 아닌 '자금 조달'이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면 AI 연구소와 네오클라우드, 국가 단위 AI 사업도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AI 기업들이 이곳의 컴퓨팅을 사용한다. 운영사는 사용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에서 G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엔비디아의 베라루빈(Vera Rubin) 200 실물과 이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HBM4 [사진=SK하이닉스]

"컴퓨팅은 곧 매출"…AI 팩토리도 투자자산으로

관건은 월가가 AI 팩토리에 장기간 돈을 댈 수 있느냐다. GPU가 몇 년 만에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정보기술(IT) 장비라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장기 투자가 어렵다.

황 CEO가 최근 장문의 글을 통해 GPU의 수명과 가치를 직접 설명한 이유다. 그는 "AI에서 컴퓨팅은 곧 매출"이라며 AI 팩토리를 발전소나 통신망처럼 수익을 내는 새로운 인프라 자산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020년 출시한 A100을 사례로 들었다. 출시 6년이 지난 현재도 AI 학습과 추론, 고성능컴퓨팅(HPC)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CUDA 소프트웨어를 계속 개선해 기존 GPU의 성능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고객의 수요가 줄어도 다른 기업이나 클라우드가 같은 컴퓨팅을 사용할 수 있어 자산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사진=삼성전자]

이번 금융 구조는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금융' 논란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엔비디아가 AI 기업에 투자하고 해당 기업이 다시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면서 엔비디아의 돈이 자사 매출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제3자 자본을 중심으로 AI 팩토리에 투자하는 이번 방식이 "순환성 우려를 완화하고" 국가 단위 AI 프로젝트와 네오클라우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도 이번 금융 플랫폼을 엔비디아가 전통적인 반도체 공급업체를 넘어 AI 인프라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봤다.

실제 컴퓨팅을 장기간 빌려 쓰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IBM과 투게더AI는 2억4000만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맺고 엔비디아 HGX B300 기반 AI 추론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쿠물러스AI도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 DRW에 엔비디아 블랙웰 B300 전용 클러스터를 공급하는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에서 시민들에게 HBM 칩을 나눠주고 있다.[사진=곽영래 기자]

AI 팩토리 늘면 HBM·D램·SSD 수요도 커진다

엔비디아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메모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AI 팩토리 건설이 늘어나면 GPU와 함께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AI 추론 시장이 커지는 것도 메모리 수요에 영향을 준다. AI 서비스가 처리하는 데이터와 문맥이 늘어날수록 서버에는 더 많은 D램이 필요하다. D램에 모두 담기 어려운 데이터를 저장·처리하기 위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의 중장기 수요와 연결되는 이유다.

업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제품 [사진=삼성전자]

5000억달러가 모두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BofA는 이번 발표가 양해각서(MOU) 단계라는 점과 실제 비용을 지불할 최종 고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전력 부족과 규제, 인프라 비용 상승도 변수로 꼽았다.

황 CEO는 "AI는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AI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그 뒤에 있는 인프라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자산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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