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2012년부터 14년째 전세로 살아온 40대 A씨는 오는 11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거주연장을 요청했다. 자녀 수능시험까지 이사를 미루려는 생각에서였다.
당초 요청을 수용하려던 집주인은 최근 정부가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입장을 바꿨다. 비거주 1주택자보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 세제혜택을 대폭 늘리는 정책방향이 제시되자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A씨 전세보증금은 6억원 안팎이지만 인근 동일평형 신규 전세시세는 9억원에 달한다. 목동에서 비슷한 집을 구하려면 최대 3억원에 이르는 목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민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acaf50ffae6fe0.jpg)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임대차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세제개편 실제 적용은 2027년이후지만 올 가을 만기를 맞는 임대차계약이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실거주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전세갱신 거절에 나서면서 장기 실거주 세입자들이 시장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세금개편전 임대차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원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갱신거절 시한 때문이다. 현행법상 임대인은 계약만료 6개월전부터 2개월전까지 실거주 등을 이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오는 11월 계약이 끝나는 세입자는 만기일에 따라 늦어도 9월에는 거주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실거주 전환 움직임은 다른 단지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9~10월 만기 전월세 가운데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이 세제개편 발표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세제개편에 앞서 임대차계약이 먼저 움직이는 요인은 거주여부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종합부동산세는 2027년부터 실거주1주택자 기본공제를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상향한 반면 비거주1주택자는 9억원으로 하향조정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2028년부터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 비중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문제는 이미 전세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1만6052건으로 1년전보다 38.9% 감소했다. 성북구 82.6%, 노원구 80.0%, 강북구 74.6% 등 강북 외곽지역 매물은 1년만에 70~80%이상 급감했다.
전셋값 상승세와 신규·재계약간 이중가격 격차도 세입자 부담을 키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주간 0.25%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 서울 전용 84㎡ 신규 전세 보증금 중간값은 7억원으로 재계약 6억2000만원보다 8000만원 높았다. 지난 1월 4375만원이었던 보증금 격차가 불과 반년만에 두배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매물이 줄고 값이 오르면서 신규계약보다 부담이 적은 재계약을 선택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집주인 실거주 등으로 재계약이 어려워지면 세입자는 높은 보증금을 감수하고 신규 전세시장으로 이동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실거주 전환이 전월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계적 시행을 통해 시장 충격을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세제개편 시행기간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려 임대차시장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신규 주택공급에는 시간이 필요한 반면 임대차계약은 올가을부터 잇따라 만기가 돌아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종부세가 강화되면 본인이 들어가 산다고 할 수 있어 전세물량이 더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집값도 중요하지만 전월세 안정도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며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씨처럼 한 집에 10년 넘게 살며 주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재계약해 온 세입자는 부담이 더 크다. 집주인이 매도·실거주로 방향을 바꾸면 그동안 벌어진 신규 전셋값과 재계약 가격의 차이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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