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4년간 감소한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가운데 94%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
다만 AI가 청년 고용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기존 채용·업무 방식의 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8일 'BOK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를 통해 지난 4년간(2022~2026년) 사라진 청년층 일자리 28만5000개 중 26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그래프=한국은행]](https://image.inews24.com/v1/0d7113d843b46b.jpg)
청년 고용 감소는 AI 활용 가능성이 높은 지식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2022년 6월과 비교해 청년 취업자 수는 정보서비스업에서 31.4% 감소했다.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에서도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다. 이 가운데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다.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도 청년과 중장년층의 고용 흐름이 엇갈린 셈이다.
직업별로는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악화가 두드러졌다. 고학력 노동자가 생성형 AI가 수행하거나 보조할 수 있는 인지적·분석적 업무를 상대적으로 많이 담당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졸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은 챗GPT(ChatGPT) 출시 이전에는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보다 다소 낮았다. 그러나 2022년 11월 이후 대졸 청년층의 평균 확장실업률은 9.4%로 전문대졸 이하 청년층(8.5%)보다 0.9%포인트 높아졌다.
![[그래프=한국은행]](https://image.inews24.com/v1/1af01f0e34da11.jpg)
한은은 "최근 고학력 청년층의 고용 여건 악화가 공식 실업자뿐 아니라 취업 중이지만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불완전취업자까지 포함하는 넓은 범위에서도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 고용에서는 노동시장으로의 유입 감소와 기존 일자리에서의 유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지 못하는 청년이 늘어난 동시에 취업 이후 고용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탈하는 청년도 증가했다.
한은은 "고노출 업종에서의 유출 증가는 단순한 기업 간 이직이나 더 나은 일자리로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일부는 실업으로 이동했고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률 상승도 이러한 고용 이탈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고용 위축의 배경으로는 △AI의 연공 편향적 기술변화 △팬데믹 당시 과잉 채용의 정상화 △경력직 선호 △재택근무 등 업무방식 변화 등이 꼽혔다.
한은은 기업들이 산업에 특화된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신규 인력을 채용해 교육할 유인이 줄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디지털 관련 업종의 수요와 투자 확대 기대를 바탕으로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고용이 조정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재택근무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대면 업무가 줄면서 주니어 직원이 선배로부터 피드백과 업무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는 감소한 반면 이미 경험과 숙련을 갖춘 시니어 직원의 상대적인 생산성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AI를 최근 청년 고용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하는 데 선을 그었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를 최근 청년 고용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AI는 청년 고용 위축의 원흉이라기보다 기존의 채용과 업무방식의 변화를 가속하거나 증폭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청년 고용 정책도 단순히 일자리를 보전하는 방식에서 실제 업무 경험과 숙련을 쌓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청년에게 일반적인 AI 활용법을 전달하기보다 실제 업무와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한 방향으로 직업훈련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 고용 지원 정책도 인원 기준 채용 보조금이 아닌 훈련과 경력 축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초급 일자리를 보전하기보다 청년이 AI를 활용하면서 경험과 숙련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업의 주니어 직무 재설계와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 기술 투자와 인적자본 투자 간 유인을 균형 있게 조정할 때 AI를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