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형건설사 재무체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분양을 진행한 단지 10곳중 4곳이상에서 청약미달이 발생한 가운데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더샵' 등 대형사 브랜드 단지조차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요 건설사 상당수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적자를 기록한 데다 공사비 상승세까지 이어지며 자금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올해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164개 단지 가운데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한 곳은 69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42.1%에 달하는 수치다.
청약부진은 중소·중견건설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 가운데 12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8aaf38b545c96.jpg)
건설사별로는 GS건설 미달 단지가 5곳으로 가장 많았다. '북오산자이 리버블시티'를 비롯해 '북오산자이 드포레', '오산헤리티지자이 1단지', '오산헤리티지자이 2단지', '달서자이 제니크' 등이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구월아트파크'와 '힐스테이트 시흥더클래스', 대우건설은 '거제 푸르지오 마린피스'와 '업성 푸르지오 레이크시티 2단지'에서 미달을 냈다. 포스코이앤씨가 공급한 '더샵 중앙로역센터폴' 역시 모집가구수를 채우는데 실패했다.
범위를 시공능력평가 상위 30대 건설사로 넓히면 미달이 발생한 브랜드 단지는 28곳으로 늘어난다. 코오롱글로벌과 호반건설, 쌍용건설, 우미건설, 동문건설 등 주요 건설사 건설사 브랜드 단지에서도 미달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미달단지가 서울보다 지방과 수도권 외곽에 집중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보다 입지와 분양가격에 따라 청약성적이 갈리는 모습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공사비 부담 때문에 건설사가 분양가격을 선뜻 낮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집계 결과 지난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2로 전년동월 대비 5.5% 상승했다. 높은 건설공사비 수준이 지속되며 건설사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분양사업 위험도를 키우는 핵심요인이다. 원가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면 수요자 가격부담이 커져 청약경쟁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분양가를 낮추면 건설사가 원가부담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서다.
청약미달이 곧바로 건설사 파산이나재무악화로 연결되는 아니다. 이후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이나 선착순 계약을 거쳐 물량을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청약부진이 계약률 저하와 미분양 적체로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분양대금 유입이 지연되는 반면 토지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등 사업비 지출은 지속해 운전자본과 현금흐름에 큰 부담을 준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삼성물산 제외) 상반기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6개사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6771억원으로 현금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이어 대우건설 -9316억원, 현대엔지니어링 -7601억원, 롯데건설 -6853억원, SK에코플랜트 -2591억원, 포스코이앤씨 –106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IPARK현대산업개발은 3910억원, DL이앤씨는 2042억원, GS건설은 944억원 플러스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본업을 통해 창출한 실제 현금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마이너스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6f23c6b55379da.jpg)
단기 금융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현금여력도 회사별 차이가 컸다. 현금성자산을 단기성 금융부채와 비교한 '현금 대비 단기상환비율'은 DL이앤씨가 491.26%, 포스코이앤씨가 440.30%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현대건설과 IPARK현대산업개발 역시 각각 135.46%, 126.29%로 100%를 상회했다.
반면 GS건설 96.34%, 대우건설 87.88%, 현대엔지니어링 77.04%, 롯데건설 72.53%, SK에코플랜트 53.86%로 모두100%를 밑돌았다. 단순 계산하면 보유한 현금성자산이 단기성 금융부채보다 적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건설업 특성상 특정 재무비율이나 현금흐름만으로 당장 재무위험이 가시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공사대금 회수시점과 프로젝트 진행단계에 따라 현금흐름 변동폭이 큰데다 보유자산과 자금조달 능력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만 높은 공사비와 청약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는 구조는 건설업계 전체에 큰 부담이다. 원가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면 청약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을 내리면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청약부진이 실제 미분양으로 장기화해 분양대금 회수까지 늦어질 경우 영업현금흐름과 단기 유동성에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결국 브랜드만으로 청약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시장에서 분양사업장의 계약률과 미분양 해소 속도가 건설사들의 재무체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침체가 길어질 경우 현금창출력과 단기 상환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건설사부터 자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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