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이 모형 구조물의 진동 데이터를 측정하며 딥러닝 모델 기반 진동응답 예측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표준연]](https://image.inews24.com/v1/8cfd60fc2c00c9.jpg)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곳은 원자력발전소이다. 우리나라는 부·울·경에 원전이 집중돼 있다. 원전이 위험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디부터 점검해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은 단 한 대의 지진계 신호만으로 원전 내부 여러 위치의 흔들림을 실시간 예측하고 위험 가능성을 정량화해 점검 우선순위 선정을 가능하게 하는 딥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구조물의 진동 특성에 맞춰 AI 모델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 앞으로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 주요 산업시설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 당시 월성원전 1~4호기는 80여 일간 성능시험과 정밀 점검을 거쳐 재가동됐다. 지난 7월 일본 구마모토 강진 때도 TSMC 구마모토 1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한 뒤 장비 점검과 조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정상화했다.
![연구팀이 모형 구조물의 진동 데이터를 측정하며 딥러닝 모델 기반 진동응답 예측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사진=표준연]](https://image.inews24.com/v1/90201760ce2bf0.gif)
지진 후 큰 피해가 없더라도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 상당한 시간과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지진 직후 어디를 먼저 확인해야 할지 판단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주요 설비 위치에 센서를 설치하면 각 지점의 진동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데 원전은 케이블 배선과 인허가, 방사선 구역 내 유지보수 등의 제약이 있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안으로 전산 해석을 통해 센서가 없는 곳의 진동을 계산할 수도 있는데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려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KRISS 연구팀은 단 한 대의 지진계에서 측정한 지진파 신호를 AI가 분석해 센서가 없는 원전 내부 139개 지점의 진동 응답을 실시간으로 추론하는 가상센싱 기술을 개발했다. 모든 위치에 센서를 설치하지 않고도 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곳을 신속하게 좁힐 수 있다.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실제 지진 기록에서도 우수한 예측 성능을 확인했다.
여기에 구조물 특성 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반영해 각 위치의 진동 응답이 사전에 정한 위험 기준을 넘어설 가능성을 0~100%로 정량화했다. 단순히 ‘안전·위험’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넘어 위험 가능성이 큰 곳부터 순서를 매겨 전문가가 신속하게 점검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 설계의 효율성과 범용성도 대폭 높였다. 연구팀은 구조물의 고유진동수를 바탕으로 최적의 AI 구조를 도출하는 설계식을 개발했다. 여러 모델을 반복적으로 설계·비교하던 시행착오를 줄였다. 이렇게 설계된 AI 모델은 파라미터 수 기준으로 200배 이상 큰 최신 딥러닝 모델과 동등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면서도, 계산 부담을 대폭 낮춰 제한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원전뿐 아니라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시설로 기술을 확장할 가능성을 마련했다.
KRISS 이재범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진응답 예측 결과의 불확실성까지 정량화해 전문가가 우선 점검 대상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안전 분야 AI는 정확한 예측뿐 아니라 판단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상황을 알려 사람의 추가 판단을 돕는 신뢰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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