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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전속계약 관행 깨졌다…표준계약서에 '혼합구매 60대40' 명시


사후정산도 원칙 폐지…발주시점 가격으로 즉시 확정
정유사 반발 우려됐던 예외조항도 확인…"요청 시 7일 내 정산 허용"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유사와 주유소 간 오랜 전속거래 관행을 표준계약서에서 정면으로 손질했다. 지난 4월 정유업계와 맺은 상생협약 내용이 실제 계약서 조문으로 반영된 것이다.

공정위는 26일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해 발표했다. 개정된 계약서 제6조 1항은 "대리점이 공급업자로부터 구매하는 상품의 수량은 대리점의 월별 총 구매량의 60% 이상 범위에서 대리점과 공급업자가 합의하여 정한다"고 명시했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 제품을 60% 이상만 구매하면, 나머지 40%는 타사 제품을 섞어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협약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안승배 한국주유소협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유소-정유사 사회적대화 상생협약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다만 공정위는 이번 개정이 완전히 새로운 허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정유사가 주유소에 100% 전량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이미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원래도 가능했던 혼합구매를, 그동안 업계 관행상 사문화돼 있던 것을 표준계약서에 명문화해 실제 관행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계약서 제6조 2항에는 "공급업자는 대리점이 다른 공급업자의 상품을 취급한다는 것을 이유로 공급가격, 공급물량 및 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차별금지 조항도 함께 담겼다. 이 역시 현행 공정거래법상 '차별적 취급 금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니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계약서 제8조 1항은 "공급업자는 대리점이 상품을 발주한 시점의 가격으로 상품대금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주유소가 발주 시점 가격으로 우선 구매한 뒤 한 달 후 월평균가격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써왔는데, 이 사후정산 관행이 원칙적으로 폐지된 것이다.

다만 예외 조항도 확인됐다. 제8조 1항 단서는 "대리점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상품 발주 후 시장 상황 변화 등을 반영하여 7일 이내에 상품대금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사후정산 방식을 원하는 주유소가 있을 경우, 요청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기존의 한 달 단위가 아닌 7일 이내로 정산 기한을 대폭 단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이 인상되는 과정에서 전속거래·사후정산 관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지난 4월 9일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S-OIL·GS칼텍스 등 정유 4사 간 상생협약이 체결됐고, 공정위는 이 합의사항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후속조치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 계약서를 적극 홍보하고 사용을 권장하는 한편,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업계의 거래관행 변화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다. 개별 정유사가 자사 표준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실제 4대 정유사가 새 계약서를 개별 대리점 계약에 얼마나 반영하는지가 이번 개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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