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우섭·이도훈 기자]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성장 눈높이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수출·투자에 집중된 온기가 내년에는 소비와 고용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기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인공지능(AI) 수요와 중동 정세를 꼽았다.
이동렬 한은 조사국장은 27일 경제전망 설명회에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 부족에 따른 반도체 확장 국면이 지속되는 것으로 전망에 반영했다"며 "그 이후에는 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확대 속도가 얼마나 빠를지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사진=임우섭 기자]](https://image.inews24.com/v1/381ebf5c04190c.jpg)
한은은 이날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3%, 2.9%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보다 각각 0.7%포인트(p), 0.8%p 높였다. 올해 성장률 상향 조정분 가운데 반도체 경기 호조가 0.35%p로 가장 컸다. 반도체 물량과 가격이 모두 예상보다 강했으며 가격 상승 효과가 더 컸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AI 확산과 AI 수익모델 다변화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지는 경우를 낙관적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과 수율까지 빠르게 개선되면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2%p, 내년 0.6%p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화가 지연되고 차입비용 부담이 커져 빅테크의 AI 투자 속도가 상당 폭 조정되면 성장률은 올해 0.1%p, 내년 0.4%p 낮아질 것으로 봤다.
내년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예상한 배경에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경제 내 비중 확대도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분기 16.4%까지 높아졌다.
이 국장은 "IT 부문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우리 경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IT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효과 내년 소비·고용으로 확산
한은은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현재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에는 소비와 고용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고 고용 파급효과도 확대되면서 소비 회복 품목도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현재 거시 데이터에서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지만 반도체 수혜 지역의 미시 데이터를 보면 일부 소비 확산이 확인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성과급 규모가 커지고 고용과 소비 품목도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파급효과가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반도체 외 업종의 개선 흐름을 언급했다. 이 부총재보는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여타 업종에서도 기업심리와 수익성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흐름이 경제의 온기가 퍼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가 일부 산업과 계층에 집중된 점은 파급효과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은은 전체 성장 전망의 상·하방 위험에 대해서는 "거의 균형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상황은 지난 5월 전망보다 호전된 것으로 판단했다. 우회 경로와 비중동 국가를 통한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공급 충격이 예상보다 작았고, 이 영향은 올해 성장률을 0.1%p 높이는 요인으로 반영됐다.
이 국장은 "5월 전망과 지금 상태의 시나리오를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번 기본 시나리오보다는 중동 상황이 최소한 호전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고 우회 항로나 통항 여건이 개선되면 낙관 시나리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미·이란 협상이 조기에 진전되고 호르무즈 통항이 빠르게 회복되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p, 내년 0.2%p 높아질 것으로 봤다. 반대로 협상이 장기간 교착되고 역내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각각 0.1%p, 0.3%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도 중동 상황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조기 진정 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p, 내년 0.3%p 낮아지는 반면 교착 장기화 시 각각 0.1%p, 0.4%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이도훈 기자(ldh1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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