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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할매입맛'에 빠진 MZ들…피자설기 찾아 '떡지순례'


하루 판매량 200개→6000개⋯2030 중심으로 인기 확산
온라인 언급량 8개월새 3배 급증⋯떡 디저트 관심도 증가
지역떡 백화점 팝업까지 진출⋯창억떡 행사에 1만명 방문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1일 오전 9시께 찾은 인천 부평종합시장. 궂은 날씨속 바닥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만큼 비가 쏟아졌지만 시장안쪽 떡집골목은 이른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빗길을 뚫고 줄을 선 젊은손님들은 우산을 접어든 채 차례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방문객들이 차례를 기다려 구매한 제품은 송편도 인절미도 아닌 '피자설기'였다.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이날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8)씨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피자설기가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궁금해서 반차까지 쓰고 찾아왔다"며 "주말을 피해 평일 아침에 왔는데 비가 오는데도 줄이 길어 놀랐다. 몇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꼭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 40분만에 마주한 진열대에는 한 손 크기 피자설기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하얀 설기위에 치즈와 페페로니, 옥수수를 올린 모습은 미니피자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손님들은 피자설기 여러개씩 골라 담은뒤 곧바로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성심떡집. [사진=설래온 기자 ]

부평시장에 피자설기 열풍을 일으킨 곳은 '성심떡집'이다. 지난 6월20일께 처음 피자설기를 내놨다. 부산 영도다리떡방에서 판매하는 피자설기를 맛보고 싶다는 손님들 요청이 계기가 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초 하루 200개가량 만들던 피자설기는 현재 평일 약 4500개, 주말에는 6000개까지 팔렸다. 두달여만에 하루 판매량이 최대 30배로 불어난 셈이다. 직원 6~7명이 한번에 450개씩 만들어도 수요를 감당하기 빠듯할 정도다.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떡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사진=설래온 기자 ]

장혜진 성심떡집 사장은 "손님 대부분이 이삼십대고 아침에는 고등학생들이 몰려와 사가기도 한다"며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강릉과 광주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피자설기를 파는 곳은 성심떡집만 아니다. 골목 맞은편 '풍년떡집'에도 피자설기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맛과 식감에서 차이가 났다.

성심떡집은 제품은 설기를 얇은 피자도우처럼 만들어 치즈와 페퍼로니의 짭짤한 맛을 살려 '피자 맛'을 강조했다면 풍년떡집은 설기가 한층 도톰해 씹을수록 백설기 특유 담백함과 쫀득한 식감이 살아났다.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성심떡집의 피자설기(위쪽)와 풍년떡집의 피자설기. [사진=설래온 기자 ]

젊은소비자가 몰리면서 전통시장 골목풍경도 달라졌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A씨는 "떡집이 대박 나면서 우리가게도 덩달아 손님이 늘었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시장에 활기가 돈다"고 전했다.

모든 상인이 특수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떡집 앞에 긴 줄이 생기면서 인근 점포입구를 가로막는 일도 잦아졌다.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B씨는 "사람들이 가게앞까지 줄을 서 기존 손님들이 들어오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며 "분식이나 태국음식처럼 젊은 사람들이 바로 사 먹는 가게는 손님이 크게 늘었지만 우리처럼 식재료를 파는 곳은 매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토로했다.

피자설기 열풍은 젊은층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떡지순례' 한 단면이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처럼 SNS에서 화제가 된 지역떡집을 직접 찾아가 제품을 맛보고 인증하는 소비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부평종합시장 입구. [사진=설래온 기자 ]
'피자설기'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틱톡 화면(왼쪽)과 인스타그램 화면. [사진=SNS 갈무리 ]

온라인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떡을 '디저트'로 언급한 게시글은 최근 1년새 40%이상 증가했다. 블로그에서 '떡지순례'를 언급한 게시글도 올 1월 87건에서 지난달 254건으로 약 3배 늘었다.

지역떡집을 찾아가던 발길은 백화점까지 이어졌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달 14일부터 20일까지 호박인절미로 유명한 광주 '창억떡'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행사기간 대기번호가 500번대를 넘어서는 등 오픈런이 이어졌고 약 1만명이 현장을 찾았다. 창억떡 지난해 매출은 458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같은기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도 전국 유명 떡집을 한데 모은 '떡지순례' 팝업이 열렸다. 부산 영도다리떡방 피자설기를 비롯해 익산농협 생크림찹쌀떡, 몰랑이수, 모락절미 등이 참여했다. 지역까지 찾아가야 맛볼 수 있던 떡들이 백화점 핵심 콘텐츠로 들어온 셈이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떡의 변신도 빨라지고 있다. 피자설기처럼 익숙한 음식과 떡을 결합하거나 버터떡, 바나나떡 등 기존 틀을 깬 제품들이 SNS를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적인 맛과 제조법에 머물렀던 동네 떡집이 새로운 맛과 시각적 재미를 앞세운 '디저트 가게'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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