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정부가 올해 산업계에서 논란이 된 'N% 성과급'과 공장 신설 등을 놓고 노동쟁의가 가능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회사의 영업이익 가운데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와 같은 공장 투자 결정 자체는 파업 등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기업의 경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세부 기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의 교섭권을 지나치게 좁혔다고 반발했고, 경제계는 기업의 인력 배치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N% 달라'는 요구, 파업 대상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성과급 자체는 노사가 반드시 교섭해야 하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동안 기업들이 직원의 근로의욕을 높이거나 보상하기 위해 성과급을 노사 협의를 거쳐 정해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과급을 회사 이익과 직접 연결하는 경우는 다르게 봤다. 예를 들어 노조가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회사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의무적인 교섭이나 파업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직원 성과급뿐 아니라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주주 환원 등에도 써야 하는 만큼 노사 교섭만으로 사용처를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올해 반도체 업계에서 이어진 성과급 갈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준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서는 영업이익 등 회사 실적을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정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어왔다.

이번 지침이 기존 노사 합의를 뒤집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는 이미 단체협약 등을 통해 노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정했다면 새 지침을 소급해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장 투자도 비슷하다. 기업이 어느 지역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공장을 옮길지 결정하는 것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 사업을 매각하거나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결정도 마찬가지다.
대신 투자 결정 이후 실제 직원들의 근로조건이 바뀌면 얘기가 달라진다. 공장을 옮기면서 직원의 근무지가 바뀌거나 AI 도입으로 인력 감축 계획이 구체화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이때는 근무지 변경이나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시행지침은 산업 대전환기 속에서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노사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 "너무 좁다"…경제계 "아직도 넓다"
정부가 기준을 내놨지만 노동계와 경제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노동쟁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혔다고 주장했다. 성과급은 결국 직원이 받는 보상인데 회사 이익과 연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섭이나 쟁의 대상에서 빼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성과급 지급 여부와 산정 방식은 노동자의 보수와 경제적 처우에 관한 사항"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시행지침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경제계는 반대로 정부 기준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공장 신설이나 AI 도입 결정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필요하지만 이후 발생하는 직원 배치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새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고 가정하면 기존 공장의 숙련된 직원이나 연구인력을 새 공장으로 옮겨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력 배치를 놓고 교섭이 길어지거나 파업이 발생하면 기업이 막대한 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도 제때 가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비슷한 우려를 내놨다. 최은락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회사의 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는 파업 등 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정리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장 신설이나 이전 등에 따른 인력 배치와 관련해서는 "기업 현장에서는 이 기준을 넓게 적용하면 투자와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쟁의가 가능한 범위를 너무 좁혔다고 보고, 경제계는 여전히 넓다고 보는 상황이다.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기준을 내놨지만 성과급과 기업 투자 등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