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의 확산으로 정보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정보소자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존 반도체는 전하의 이동 과정에서 저항과 발열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차세대 소자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하를 띠지 않는 엑시톤을 활용하는 ‘엑시톤 응축체’는 에너지 손실을 줄인 초저전력 전자·광전자 소자 구현의 핵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장석복)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염한웅 단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엑시톤 응축체 내부의 원자 결함 주변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전자상태를 세계 최초로 관측하고 이를 나노미터 수준에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연구팀이 엑시톤 웅축제 제어에 성공하면서 초저전력 소자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IBS]](https://image.inews24.com/v1/704a62bc4672c1.jpg)
엑시톤(exciton)은 음전하를 띤 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간 자리에 생긴 양전하 성격의 정공(hole)이 서로 끌어당겨 한 쌍을 이룬 상태로 전체적으로 전하를 띠지 않는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처럼 형성된 수많은 엑시톤이 제각각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질서정연한 양자상태를 이루는 현상을 ‘엑시톤 응축(exciton condensation)’이라고 한다. 엑시톤 응축체는 전자를 이용하는 기존 정보 전달 방식과는 달리 저항이나 마찰 없이 초유체 상태(마찰 없이 집단적으로 흐르는 상태)로 정보를 전달한다.
엑시톤 응축 상태가 고체에서 실제로 구현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연구팀은 실온에서도 그 특성이 유지되는 층상 물질(Ta₂Pd₃Te₅)에 주목하고 물질 내부의 원자 결함이 엑시톤 응축체에 미치는 영향에 집중했다.
연구팀은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특정 원자 결함 주변에서 기존에는 없던 한 쌍의 전자상태가 형성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결함 자체는 원자 한 개 크기에 불과했는데 새롭게 나타난 전자상태는 주변 약 5~6나노미터(nm)까지 퍼져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과 이론 계산을 종합해 이 상태가 단순히 결함에 전자가 머무는 현상이 아니라 원자 결함과 엑시톤 응축체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새로운 양자상태임을 밝혔다. 이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액시톤 응축체의 ‘유-시바-루시노프(YSR) 상태(초전도체 속 자성 불순물이 주변의 전자쌍에 영향을 주면서 에너지갭 내부에 만들어지는 특수한 전자상태)’를 세계 최초로 관측에 성공한 사례이다.
제1저자인 권성진 박사후연구원은 “원자 하나 크기의 결함 주변에서 수 나노미터까지 퍼지는 새로운 전자상태를 관측하고 이 상태가 원자 결함과 주변 엑시톤 응축 상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양자상태임을 확인했다”며 “이번 성과는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돼 온 엑시톤 응축체의 결함 양자상태를 직접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염한웅 단장은 “이번 연구는 엑시톤 응축 상태를 원자와 나노 수준에서 확인하고 제어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성과”라며“앞으로 엑시톤 응축 상태의 정밀 제어 기술을 발전시켜 초저전력 미래소자 개발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9월 3일자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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