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10배 이상 뛴 손해배상 청구액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간 소송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손해배상 청구액의 적정 여부에 대한 법원의 추가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500억→5000억 손해배상액 확대 새 쟁점 부각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대웅제약은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에 대한 메디톡스의 손해배상 청구액 확대에 대해 공시했다.
메디톡스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대웅제약 등을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추가로 확인된 2025년 7월 31일까지의 대웅제약 침해제품 판매수량과 매출액, 손해 산정 기간 및 관련 법령상 증액배상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이는 '명시적 일부청구'로 손해배상액 5000억원을 설정한 것이어서 향후 늘어날 여지도 남아 있다.
민사소송에서 명시적 일부청구는 청구액이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의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메디톡스는 실제 손해액이 이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이번에 청구한 5000억원 외에 추가 청구의 가능성을 법적으로 열어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3일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까지 확보한 손해배상 내역, 고의적인 영업비밀 침해 행태, 부정경쟁방지법상 증액배상 규정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며 "2025년 8월 1일 이후 발생한 손해는 이번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증액배상 규정에 따라 2019년 7월 9일 이후 발생한 손해에는 최대 3배, 2024년 8월 21일 이후 손해에는 최대 5배의 배상이 적용될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 확대로 이번 항소심 기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특허·영업비밀 관련 대형 소송의 2심은 통상 1~2년은 족히 소요되는데, 손해배상액 확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승수 법무법인 수성 변호사는 "손해배상 청구액의 범위 자체가 늘어나면서 살펴봐야 하는 내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액 확대에 대해 법원에서 청구액의 적정성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의 쟁점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소송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한 소송전의 결말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전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인데 반해,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라는 입장이었다.
1심에서 법원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2월 1심에서 대웅제약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관련 균주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두 회사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관련 분쟁이 있었으나, 정작 당사자 중 하나인 대웅제약은 대상에서 제외된 채 일단락됐다.
메디톡스와 애브비(옛 앨러간)는 2019년 대웅제약과 에볼루스가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일부를 도용했다는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나보타를 판매하는 대웅제약의 파트너 기업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20년 12월 나보타가 미국 관세법을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하고 21개월간 미국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듬해 2월 메디톡스는 애브비, 에볼루스와 ITC 소송 등 모든 지적재산권 소송을 해결하는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에볼루스는 미국에서 나보타를 계속 판매·유통할 권리를 갖는 대신에 메디톡스와 앨러간에 합의금과 매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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