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한미 방산업계가 양국의 협력 범위를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서 공동개발·공동생산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구축 단계로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미 해군 함정 MRO를 비롯한 기존 협력을 기반으로 기술이전과 공급망 강화, 공동 군수지원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이 9일 국회에서 진행된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037371698ec812.jpg)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에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성과를 소개하며 MRO가 한미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첫 관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차장은 "MRO 자체가 최종 성과가 아니라 우리 노동자가 미 해군의 절차와 품질 기준을 이해하고 축적하는 더 큰 협력으로 진입하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말했다.
2024년 이후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은 총 12건에 달한다. 미국은 현재 약 300척 규모인 해군 함정을 2054년까지 515척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약 8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해야 하지만 미국 조선업은 전 세계 상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할 정도로 위축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과 동맹국의 생산 역량 활용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블록이나 모듈을 건조한 뒤 미국에서 최종 조립하는 방식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조선업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을 거론하며 '핀란드 모델'을 언급했다. 핀란드 모델은 초기 물량을 해외에서 신속하게 건조하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방식을 미국으로 이전해 후속 물량은 미국 내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이 9일 국회에서 진행된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c7a99f21de2bac.jpg)
김 차장은 이 같은 미국의 상황에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가장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세계적 수준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개별 조선소뿐 아니라 조선 산업 전체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조선소뿐 아니라 기자재와 엔진, 설계, 정비 등 관련 기업이 촘촘하게 연결된 산업 생태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은 "부산·울산·경남·전남을 중심으로 4000개가 넘는 방산 관련 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다"며 "기자재, 엔진, 설계, 정비 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한미 조선협력의 핵심은 국내 조선소에서 미국 함정을 정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산업 생태계와 미국의 조선 수요를 연결하는 장기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이 9일 국회에서 진행된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cbc677ecfbe79.jpg)
한미 방산협력 확대 필요성은 조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항공·엔진 분야에서도 양국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영제 GE에어로스페이스&시스템즈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도 한국 시장에 대해 "60년이 넘는 기간 함께해 온 전략적 중요 시장"이라며 "국내에서 운용 중인 GE 엔진이 1600대 이상으로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항공기 설계·체계통합, 엔지니어링 제조 등에서 독자적 역량을 발전시켜 왔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험과 엔지니어링 노하우, 산업 생태계가 더해질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헬기 분야에서도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딜런 랜디스 시코르스키 신사업개발 부문 아태지역 총괄매니저는 "진정한 전략적 주권은 모든 기술을 자국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부터 필요한 역량을 제공받을 수 있는 선택권과 이를 실행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산업협력의 핵심 축으로 기술이전, 정비 생태계 구축, 공급망 회복력, 계약 체결 이전 단계부터 시작하는 지속적인 협력을 제시했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이 9일 국회에서 진행된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872cd8cc04aec.jpg)
특히 한국의 방산산업이 과거와 달리 세계적인 수출국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랜디스 총괄매니저는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소비국이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방산 수출국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는 미국이 개발하고 한국이 구매하는 관계가 아니라 양국이 함께 개발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방산협력을 장기적인 산업 생태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과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양국 관계를 공동 개발·생산에서 후속 공동 군수지원까지 넓혀야 한다"며 "장기 투자를 지원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면서 혁신을 촉진할 정책·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일동 방위사업청 차장이 9일 국회에서 진행된 '2026 암참-국회 정책 세미나: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497c38cee5565.jpg)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공통된 메시지는 한미 방산협력이 '미국이 개발하고 한국이 구매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양국이 기술과 생산 역량을 공유하며 함께 개발하고 생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 해군 함정 MRO는 이 같은 협력을 위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의 까다로운 군함 정비 절차와 품질 기준을 직접 경험하고 관련 기술과 인력을 축적한다면 향후 공동생산과 공동개발로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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