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내년도 예산안이 편성돼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논의를 거쳐 2027년 예산이 연말에 확정된다.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보다 10% 이상 두 자릿수 규모를 보였다. 과학기술의 기초인 대학이 안정적이고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는 예산안도 마련했는데 예산 당국이 예산을 축소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답: “과학기술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이다. 짧게는 10년, 많게는 몇십 년을 연구해야 상용화될 수 있는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준비하면서 ‘연구중심대학 기반구축’ 사업을 올렸는데 관련 예산 편성과정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줄었다.”
![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f146de9b5e1528.jpg)
“교수님, 이번 달 인건비는 나오나요?”
A 교수는 연구 실적을 내고 싶어 하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 대학원생 인건비를 지급하려면 당장 과제를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학원생이 ‘인건비는 나오나요’라는 질문이 귓가를 때릴 뿐이다.
그때 정부 한 기관의 50억원 규모 대형 과제 공고가 떴다. A 교수와 대학원생 전체는 진행 중이던 연구를 모두 중단하고 대형 과제 제안서 작성에 뛰어들었다.
며칠 밤을 새워 제안서 제출을 마친 연구실 박사과정은 기쁨보다는 밀려드는 착잡함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번에 제출한 제안서에 들어간 연구내용이 자신의 박사 논문 주제와 다른 분야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겪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대표적 부작용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 연구보다는 당장 ‘먹고 살 과제연구’에 몰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신의 학위 논문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당장 연구실 인건비를 벌어오는 ‘과제용 땜빵 연구’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과기정통부가 2027년 예산안을 기획하면서 ‘연구중심대학 기반구축’ 사업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학이 중장기 연구전략을 기반으로 박사급 연구인력, 지원인력, 공동 인프라 등 연구 기반에 자율 투자할 수 있도록 인건비·장비 구매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 연구구조를 지금의 ‘교수-대학원생’ 중심에서 ‘교원·직업 연구원·테크니션(장비 관리)-대학원생’이 함께하는 선진국형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연구중심대학 혁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연구실은 ‘교수-대학원생’으로 이뤄지면서 교수가 수탁과제를 따와 대학원생 인건비를 충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대학원생도 활동 범위가 좁고, 교수 중심의 ‘수탁과제’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먹고 살기 위한 연구에 머문다. 창의적이고 도전적 연구는 힘든 구조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연구중심대학’을 통해 안정적 연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마련했다. 원래는 내년에 10개 대학 약 400억원으로 예산을 올렸는데 예산 당국과 논의과정에서 3개 대학 12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과기정통부는 국회 예산 심의 논의과정에서 ‘10개 대학 400억원’으로 확대해 보겠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확히 몇 개 대학을 선정하고 어느 정도 예산이 될지는 확정적이지 않은데 편성된 예산안보다 더 많은 대학이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구중심대학은 지금의 우리나라 대학 연구시스템의 혁신을 위한 시작점이다. 대학은 국가 기초연구와 이공계 인재 양성의 핵심 주체이다. 문제는 연구가 개별 교수 과제·연구실 단위로 분절돼 대학 차원의 연구역량 축적에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연구인력의 인건비가 개별 과제에 연동되면서 고용이 불안정한 것도 현실이다. 교수 외에는 대학 내 연구 일자리가 부족해 박사급 인재들이 대학을 떠나는 현실도 우리는 지켜봐야 했다.
연구중심대학 사업은 대학이 강점 분야 중심으로 중장기 발전전략과 인력·인프라 배치 계획을 설계할 수 있다. 전임연구원·포닥 등 박사급 연구인력은 물론 연구지원인력·테크니션 등의 고용, 공동 연구 장비·연구지원 플랫폼 구축 등 연구 기반에 자율 투자가 가능하다.
과기정통부 측은 “정부가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해서는 인건비를 자체 충당했던 PBS를 없애고 있는데 이번 연구중심대학 사업도 교수 중심의 PBS 제도를 없애고 안정적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자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중심대학 사업은) 대학 내 연구전문인력·테크니션·지원인력 등 양질의 연구 일자리 창출과 대학 연구구조를 선진국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c076036515d530.jpg)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선심성 지출 축소, 중복 사업 조정, 실효성 검증을 요구받는 핵심 삭감 대상 항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예산 당국이 미처 놓친 실제 적재적소에 들어갈 예산은 증액되거나 편성하는 게 맞다.
정부 예산안은 국민의 혈세로 꾸려진다. 당장 선심성, 현금성 퍼주기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미래 지향적 예산안 편성이 기본이 돼야 한다. 연구중심대학을 편성하는데 10개 대학에서 3개 대학으로 대폭 삭감한 예산 당국이 무엇을 생각한 것인지, 한 번쯤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저변 확대와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가 없으면 당장은 웃더라도 5년이 지나면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를 발견하기 마련이다. 이런 시스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는 ‘쳇바퀴’에서 계속 ‘맴맴’ 돌 뿐이다.
질문을 바꿔야 할 때이다.
“교수님, 이번 달 인건비는 나오나요?”가 아니라 “교수님, 우리 이제 이 부분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로.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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