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대장균을 이용해 포도당으로부터 새로운 바이오 기반 고분자를 만들었다. 이 소재가 핫멜트 접착제로 활용될 수 있는 접착 성능과 열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KAIST(총장 배충식)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대장균의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조절해 포도당으로부터 접착제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설계하는 시스템대사공학(Systems Metabolic Engineering)을 활용해 대장균의 대사경로를 새롭게 설계했다. 이를 통해 포도당으로부터 생분해성 고분자의 일종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 PHA) 계열의 새로운 접착제 소재인 poly(4HB-co-PhLA)와 poly(3HB-co-4HB-co-PhLA)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KAIST 연구팀이 포도당으로부터 접착제 소재를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했다. [사진=KAIST]](https://image.inews24.com/v1/7fcb4f443b8efa.jpg)
핫멜트 접착제(Hot-melt adhesive, HMA)는 쉽게 말해 ‘글루건 접착제’처럼 열을 가하면 녹고 식으면 굳으면서 물체를 붙이는 접착제다. 별도의 유기용매가 필요 없고 빠르게 접착할 수 있어 포장재부터 가구, 전자제품, 자동차, 건축자재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현재 핫멜트 접착제 대부분은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thylene-vinyl acetate, EVA)와 같은 석유 유래 고분자를 기반으로 한다. 접착 성능은 뛰어난데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 폐기물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생분해성 포장재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분해되지 않으면 제품 전체의 친환경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생물이 포도당과 같은 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만들 수 있는 생분해성 고분자 PHA에 주목했다. PHA는 어떤 성분을 어떤 비율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유연성·강도·내열성 등 소재의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4-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4HB)와 페닐락테이트(PhLA)를 고분자로 만들었다. 4HB는 소재를 부드럽고 잘 달라붙게 하고, PhLA는 단단함과 열에 견디는 성질을 높인다. 즉 ‘잘 붙는 성질’과 ‘열에 잘 견디는 성질’을 조합해 접착제의 성능을 조절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고분자가 실제 핫멜트 접착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도 시험했다. poly(4HB-co-PhLA)는 스테인리스강 전단 접착 시험에서 4.58MPa(메가파스칼)의 전단 접착력을 기록해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상용 EVA 접착제의 4.20MPa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다.
생분해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방 등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Lipase)를 처리하자 고분자 표면이 손상되고 분자량과 전체 질량이 감소했다. 이는 새롭게 개발한 방향족 PHA가 효소에 의해 분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의 대사를 정밀하게 설계해 단순히 고분자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기능성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앞으로 다양한 비천연 단량체와 미생물 세포공장을 활용하면 석유 기반 접착제뿐 아니라 여러 기능성 고분자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바이오제조 기술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주 박사과정생, 이영준 박사, 김기배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논문명: Synthesis of poly(4HB-co-PhLA) and poly(3HB-co-4HB-co-PhLA) as sustainable hot-melt adhesives using engineered Escherichia coli)는 7월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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