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판매를 위해 최장 5년 무이자 할부에 거치기간까지 내걸었지만 개발용지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름간 확인된 유찰 규모만 1조원을 웃돈다. 금융비용을 낮춰 매수수요를 끌어내려는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공급가격과 필지 규모, 허용용도 등 토지공급 방식자체를 시장수요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LH청약플러스 공급공고와 개찰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8~31일 결과가 발표된 주요 토지공급 11개 공고에서 100필지 가운데 99필지가 유찰됐다. 유찰된 토지 공급예정금액은 총 1조651억29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응찰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이번 집계는 해당기간 전국 LH 토지공급 전체를 전수조사한 결과가 아닌 주요 유찰사례를 직접 확인해 취합한 수치다. 따라서 실제 유찰 규모는 이보다 클 수 있다.
![인천 구월2 공공주택지구 일대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5cd4f8a1de755.jpg)
수도권에서도 무이자 조건을 내건 개발용지가 잇달아 외면받았다. 파주운정3 일반상업용지 2필지를 비롯해 시흥장현·은계·거모·하중 상업·근린생활시설용지 31필지, 남양주진접2 근린생활시설용지 4필지 등 37필지가 모두 유찰됐다. 공급예정금액을 합치면 약 6022억원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파주운정3이다. 일반상업용지 3101-1과 3102-1 공급예정가격은 각각 1984억3209만원, 2454억488만원으로 총 4438억3697만원이다. LH는 토지대금을 5년간 이자 없이 나눠 낼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지만 지난달 26일 두 필지 모두 응찰자를 찾지 못했다.
두 필지는 지난 6월17일 입찰에서도 모두 유찰됐다. 5월 최초 공급과 7월 재공급 당시 공급예정가격은 같았고 재공급 때는 5년 무이자 할부조건까지 명시했다. 금융조건을 완화해 두달여만에 다시 시장에 내놨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시흥에서는 지난달 18일 장현 9필지, 은계 3필지, 거모 2필지, 하중 17필지 등 상업·근린생활시설용지 31필지가 전부 유찰됐다. 공급예정금액은 1453억7847만원이다. 남양주진접2 근린생활시설용지 4필지도 18개월 거치에 5년 무이자라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모두 응찰자가 없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달에도 이어졌다. LH는 고양장항 상업시설용지를 5년 무이자 조건으로 재공급했지만 지난 15일 개찰결과 모든 필지가 다시 유찰됐다. 앞선 7월 공급에서도 매수자를 찾지 못해 재공급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미매각 토지가 이미 상당 규모 쌓였다는 점이다.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LH 공공택지에서 팔리지 않은 상업·업무용지는 3089필지, 약 17조원 규모다. 경기지역에만 1098필지, 약 9조원이 몰려 전국 미매각 금액 절반을 웃돈다.
미매각 규모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전국 미매각 금액은 2022년 6조6000억원에서 2023년 8조9000억원, 2024년 12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7조2000억원까지 증가했다. 3년만에 2.6배 수준으로 불어난 셈이다.
![인천 구월2 공공주택지구 일대 전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18ba9fdcba5b5.jpg)
LH는 미매각 토지가 늘어난 배경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와 건설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른 사업자 부담 확대를 꼽았다. 토지대금 이자를 줄여주더라도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를 투입한 뒤 준공후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토지매입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부도 금융조건 완화만으로 미매각 문제를 풀기 어려운 토지는 용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공공택지에서 과다 계획됐거나 장기간 활용되지 않은 비주택용지 49만평을 주택용지로 전환해 2030년까지 약 3만가구를 착공하는 방안이 담겼다. 인천검단 2206가구, 시흥거모 1550가구 등이 우선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모든 미매각 상업·업무용지를 주택용지로 바꾸기는 어렵다. 택지지구내 상업·업무·생활편의시설은 입주민 생활과 자족기능을 위해 필요한 시설인 만큼 지역별 수요와 입지여건, 도시계획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결국 반복적으로 유찰되는 LH 개발용지는 무이자 기간이나 거치기간을 늘리는 방식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공급가격과 필지 규모, 허용용도까지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매수수요가 구조적으로 부족한 곳이라면 공급가격과 필지 규모를 다시 살피고 수요변화가 뚜렷한 지역에서는 용도조정이나 복합개발 등 토지 활용방식을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비주택용지 주택전환에 본격 나선 만큼 장기 미매각 토지를 실제 개발로 연결하기 위한 추가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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