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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감독원, '혐의자' 무단 지정 후 계좌조회 가능


국무조정실 "혐의자 등 요건 충족해야 금융거래정보 요구 가능…전 국민 사찰 아니다"
'위반 혐의자' 지정 감독원 임의판단...사전 심사 절차는 없어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국무조정실이 부동산감독원법안의 금융거래정보 요구 조항에 대해 엄격한 절차에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부동산 불법 행위 혐의에 대한 판단 근거가 없어 다수 국민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사찰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은 17일 "부동산감독원은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 시 조사대상자에 대해 금융거래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면서 "전 국민 금융사찰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7월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한성숙 국무총리가 7월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부동산감독원이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받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법행위 혐의 등이 있어야 하며, 법률에 따른 불법행위 조사요건이 충족되어야만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불특정 다수 국민의 금융거래정보를 볼 수는 없다는 게 골자다. 수사 단계로 넘어가면 감독원도 경찰 등 수사기관과 마찬가지로 법원 영장을 받는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이 성립하려면 '위반 혐의가 있는 자'를 조사대상자로 지정하는 절차 자체가 자의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국회에 제출된 부동산감독원설치법은 그 지정을 감독원의 자체 판단에 맡기고 있다.

김현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감독원이 "부동산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반 혐의가 있는 자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자"를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누가 '혐의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는 감독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사에 착수하는 구조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자'까지 포함돼 있어, 조사대상의 범위가 시행령 단계에서 더 넓어질 여지도 있다.

조사대상자를 확정하는 기준이 되는 '부동산불법행위'의 정의 자체도 광범위하다. 김현정 의원안은 부동산과 관련된 22개 유형, 36개 법률상 불법행위를 별표로 열거하면서 조세 미납·포탈, 과태료 부과대상뿐 아니라 형법 상 범죄 행위까지 포함시켰다. 이 중 별표1 제19호부터 제22호까지는 다단계 기획부동산, 전세사기, 편법증여 등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구체적 내용을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국회 정무위 검토보고서는 "'부동산불법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 국민과 부동산감독관계기관의 예측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직접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이 말한 '요건 충족'의 그 요건 자체가, 법률이 아니라 향후 시행령에서 확정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일단 조사대상자로 지정되면, 감독원은 금융거래정보 없이는 불법행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금융회사 특정 점포에 조사대상자 관련 금융거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사전 절차는 국무총리 소속 부동산감독협의회의 심의뿐이며, 국무조정실 설명과 달리 이 단계에서 법원의 영장은 필요하지 않다. 개인신용정보 역시 신용정보집중기관에 같은 방식으로 요청할 수 있다.

검토보고서는 이 구조에 대해 "감독원의 조사는 불법(범죄)행위 적발을 목적으로 하고, 이는 수사의 목적과 사실상 동일함에도, 수사 단계에서는 금융거래정보 확보를 위해 법관의 영장이 필요한 반면, 제정안에 따른 감독원은 행정조사 단계에서 영장 없이도 개인의 금융거래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영장 없이 수집된 정보가 수사기관으로 이전·활용될 경우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토보고서는 대법원이 2013년 3월28일 선고한 판결(2012도13607)을 근거로 들었다. 수사기관이 범죄수사 목적으로 금융실명법상 거래정보를 확보하려면 법관 영장이 필요하고, 영장 없이 수집한 증거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례다. 국무조정실은 '전 국민 사찰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조사대상자가 특정됐다는 사실만으로 영장주의 위반 소지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검토보고서의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거래정보와 별도로, 감독원이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동산거래·세금납부 등 '공공정보'는 대상 특정 문제가 한층 더 뚜렷했다. 검토보고서는 김현정·진성준의원안이 정하는 19개(또는 13개) 유형의 공공정보 요청 조항 중, 정보주체를 '조사대상자'로 명시해 한정한 곳은 별표2 제10호(비사업용 토지 양도차익 신고자료) 한 곳뿐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조항은 요청 요건도 "조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만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검토보고서는 "누구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는 것인지 특정하지 않을 경우, 불특정 다수 국민과 관련된 자료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행정조사 개시 전에 조사대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의 부동산거래, 세금납부 정보 등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명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비슷한 우려를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자료제공 요청 대상을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자료"로 포괄 규정한 윤종오의원안에 대해 "개인정보 처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수집·처리해야 한다"며 "제공받고자 하는 개인정보의 범위 등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국무조정실의 이번 설명은 4개 법안 중 상대적으로 요건이 엄격한 김현정·진성준의원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작 윤종오의원안은 조사대상자로 대상을 한정하면서도 자료제공 요청요건 자체를 "업무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만 규정해 별도 요건이나 대상정보를 명시하지 않았다. 황운하의원안은 아예 금융거래정보를 별도 범주로 규정하지 않고, 법 시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포괄조항 하나로 처리하며, 사전심의 절차나 자료 파기의무 규정도 두지 않았다. 검토보고서는 "감독원이 제공받을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사전 심의 절차와 자료 파기의무를 함께 규정한 김현정‧진성준의원안의 방향이 보다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의 '엄격한 절차'라는 설명이 4개 법안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 셈이다.

검토보고서는 유사 입법례로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던 공정위의 금융거래정보 요구권을 함께 언급했다. 당시 외환위기 극복과 대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금융실명제의 입법정신에 반하고 금융거래에 대한 일반적 추적권"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며 범위와 유효기간이 계속 논란이 됐고, 결국 2010년 12월 31일 법률 유효기간 만료로 폐기됐다. 검토보고서는 부동산감독원의 금융거래정보 확보 허용 여부를 논의할 때 이런 전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감독원법은 김현정·황운하·진성준·윤종오 의원안 등 4건이 각각 발의돼 정무위에 계류돼 있으며, 아직 상정 전 단계다. 국무조정실의 이번 설명이 실제로 지켜지려면 조사대상자 지정 요건과 자료제공 범위를 법률 단계에서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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